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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대본없는 강의 가장 부러워”
<현인애 탈북 교수가 본 한국 대학>
'확실하게 배워주는' 북한, 남한 교수들은 '우물우물(대강대강)'
남한 대학들 다 똑같은 '판박이', ‘대학 자율-국가통제’ 적절히 조합해야
현인애(52) 전 북한 함흥의학대학 교수는 남편이 석연치 않게 정치적으로 숙청되면서 지난 2004년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탈북 이유를 묻자 ‘정치적인 이유’라고 짧게 답한 이유는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다. 그는 ‘남편은 아마 잘 못 됐을것’이라고 했지만, 친척들이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잘 못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그는 그러나 한국생활에 대해 행복하다고 함박 웃음을 보였다.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상에서 새 삶을 의욕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적당히 살아도 잘 못 살고, 다른 사람들의 삶도 다 비슷해요. 경쟁 없이 산다는 게 편안하긴 하죠. 여기서는 너무 너무 바빠요. 직장(NK지식인연대) 다녀야죠. 공부도 해야죠. 살려면 돈 벌어야하니 몇 가지 일도 해요. 2~3배는 일하는 것 같아요.”

북한 해운대학에서 10년, 함흥의학대학에서 10년간 교수(3급교원 : 북한에는 조교원, 1~3급 교원 체계다. 시간강사는 없다)를 한 현 전 교수에게 한국 대학은 어떻게 보일까. 한마디로 ‘놀랍다’고 했다. 어떤 것에 놀랐냐고 재차 물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대학들이 ‘판박이’처럼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은 걸 보고 놀랐어요. 구분 짓자면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에 있는 대학’이더군요.

북한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빼고 다 단과대 형태에요. 경공업대학, 철도대학, 의학대학, 금속대학, 사리원 지질대학 등 학교 이름에 가르치는 내용이 다 들어있죠. 김책공업대학의 경우는 공과계통의 종합대학이구요.”

이는 각종 대학 평가에 민감하고, 대학 서열이 철옹성 같은 한국 대학들과 달리 북한 대학이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성적순으로 대학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국가가 정책이 곧 학교 정책이고 대학 입학뿐 아니라 졸업 후 취업도 배치해주기 때문이다.

취업문제가 화두인 우리 대학들의 고민도 현 전 교수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대학들이 너무 많으니까 일반 수준은 높아진 게 사실인 것 같아요. 80% 이상이 대학에 간다고 하는데, 이 나라 직업 구조가 그 만큼의 전문직을 필요로 하는지도 의문이에요.

그만큼의 전문인력 직업구조는 힘들지 않나요? 취업문제 심각한 건 어쩌면 당연한거죠.” (정부는 북한 대학 입학률을 15%로 보고 있지만, 현 교수는 30% 정도라고 했다. 대학 입학자 중 70%가 군인이거나 직장인인 걸 감안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 총장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대학 자율화’ 얘기도 현 전 교수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자율적이다고 생각했어요. 모든게 자유 아닌가요. 제일 부러운게 교과목을 교수가 개설해서 마음대로 강의할 수 있다는 거에요. 우린 대본을 읽었거든요. 공과계통은 제한이 약하지만, 제가 강의했던 철학 등 인문사회계통은 대본에 따라 말해야지, 아니면 죽는거죠.”

북한 대학에서는 전국에서 쓰이는 강의 교안에 따라 강의하고 교수는 여기에 부가 설명을 할 뿐이다. 이런 부가 설명도 신중해야한다. 북한 체제 찬양에 도움이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해가 되면 안된다.

현 전 교수는 대학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줘야하지만, 국가적인 통제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입시든 경영이든 완전한 자유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 집단을 이루는 조건에서 자유와 통제가 적절하게 배합되는 수 밖에 없어요. 어떤 방식으로 어느 선까지 하느냐는 방법에 대한 답은 저도 모르죠. 어느 교수도 제게 ‘(입시를) 별스럽게 다 개선해도 거기서 거기다 해답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에게 대본 없이 ‘마음대로 하는 강의’를 해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국정원에 있을 때 여기에 북한학이 있다고 해서 먹고는 살겠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거의 불가능해요.” 이유는 자신의 전공분야에서조차 지식이 부족하고,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한 문턱도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실력만 으로 교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하는데 그 만큼의 지식이 필요하느냐는 것이었다. “수입이 되는 집단, 이를테면 교수나 의사 등 특정 집단은 시험성적이라는 큰 울타리로 유입을 통제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자유시장이 아닌거죠. 교수는 모르겠지만 의사나 법관 등 그 일을 하는데 이런 정도까지의 배움이 필요할까하고 생각해요. 머리 돌아가는 사람, 암기력 뛰어난 사람이 모두 의과에 간다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구요. 북한에서도 물론 의학공부를 제일 길게 하지만요.”

이화여대에서 북한학(북한 사회문학 전공)을 배우고 있는 것은 그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 2학기다. “주변에서 북한에서 나와서 왜 북한학을 듣느냐고 해요. 저도 처음에 그럴 줄 몰랐죠. 하지만 들을게 많아요. 닫긴 사회에서 살다보니까 여기선 세상이 어떻게 북한을 보는가를 봤어요. 북한에서는 북한 하나에만 파묻혀있는 거죠. 또 북한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명백합니다. 여기는 여러가지 관점을 공부하죠."

대학 강의를 들으면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과 비교해 교수들이 그 만큼 가르쳐주는게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강의는 질이 높을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물우물(대강 대강)’한 강의가 많아요. 대학원은 특히 강의도 적은데 내는 돈은 훨씬 많잖아요. 또 형식적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대학 인원(정원) 늘린다고 아우성이죠. 결국은 수입 때문이겠죠. 자본주의도 형식적인게 많다. (북한과)비슷하구나 느꼈어요.”

남한 교수들의 강의 실력에 대해서는 ‘후진국 수준’ 이라는 말도 했다. “남한 교수들 참 강의 못해요. 사회주의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을에게 아예 배워줍니다. 남한 교육은 자립도 아니고 어중간합니다. 교수들도 강의에 꾀나 관심이 없어요. 북한은 수준이 높지 않아서 확실하게 배워주야하죠. 얼마나 잘 배워줬느냐가 중시됩니다.

남한에서 최근에 교수평가하면서 자질(연구능력)만 높지 배워주는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연구사(연구원)와 교수는 다르지 않나요. 교수는 전달력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수업 한 시간 빠지면 보충 10시간하도록 하는 건 이때문이죠.”

대학 전임 교수와 비교해 시간강사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다는 것도 놀라운 일 중 하나다. “교수들은 억 단위로 올라가는데, 한 주에 두 시간 강의하는 시간강사들 보니까 처음에 한 달은 35만원, 많이 주는 곳이 60만원준다고 하더라구요. 시간당 강의료가 7만원정도에요. 대학 교수들은 100만원정도 하잖아요. 명사들은 그 이상 받구요. (남한 사회에서)제일 불공평한게 대학입니다. 이건 착취에요.”

현 전 교수는 만약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가서 어떤 강의를 하고 싶느냐고 묻자 ‘사회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북한에서 철학을 전공했어요. 너무 협소하게 배웠죠. 북한의 철학은 이 세상 철학을 다 종합해서 북한 체제 정당화하기 위한 철학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사회학' 과목 자체가 없어요. 남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얘기하면 모두 뉴스가 될꺼에요. 북한에서 만약 '대학신문'을 낸다면 아마 몇 년은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한명섭 기자>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11-27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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