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도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분야 경쟁력순위는 조사 대상 55개국 중에서 35위였다. 특히 한국의 대학교육과 관련해서 그 보고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4위로 상당히 높은 반면에,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요구부합도’는 53위로 최하위수준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아주 많은데, 교육 수준은 아주 낮은 것이다. 이 보고서가 기업경영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 근거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괴리가 거기 담겨있다.
대학교육에 관한 성찰들도 사실 이 괴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2년제 대학 포함)에서 현재 87% 정도로 높아졌다. 4년제 대학진학률은 2008년도 59%로 독일(35%)이나 일본(45%)보다 훨씬 높다. 선진국인 이들 나라의 진학률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이유는? 학생들은 불필요하게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중학교 단계에서 아예 직업교육의 길을 간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대학진학률은 계속 높아졌다.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높은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고용시장에서 대졸 인력의 수요는 대체로 점점 줄어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학진학률은 계속 높아졌는데, 정규직 취업률은 거꾸로 계속 떨어진 것이다. 그 결과 대학이나 교육부는 취업률을 점점 중요한 평가의 지표로 삼지만, 그런다고 대졸취업자의 일자리문제가 개선될 리 없었다.
이 상태에서 교육은 점점 균형을 잃어갔다. 첫째, 대학은 기업의 요구에 맞춰 전공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강화한다고 했고, 일반적으로 그 경향은 인정되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대학졸업자들의 전공심화학습이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전공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화 시대에 경쟁하는 기업의 요구에 대학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말이겠다. 왜 그럴까? 전공교수들이 잘 가르치지 못한 책임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1+3(교양+전공)체제가 전공을 심화하기에 충분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법학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전문대학원교육이 전문직 취업을 위해서 필요하다. 현재 그나마 취업이 잘 된다는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졸업생의 취업률도 예상과 달리 매우 낮은데(졸업생의 겨우 10% 정도가 임용), 시급하게 교육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범대학과 문·이과대학의 중복도 피할 수 있다.
취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외하면, 융합형 학부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몇몇 상위권 대학에서 학부대학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실질적인 학부교육은 줄어들거나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단편적이거나 파편적인 교양들 혹은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들을 듣는 경향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해졌다. 이렇게 된 데는 대학의 책임이 크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융합한 학부교육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적으로 학부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결국은 전공심화학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융합형 학부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서 학생들은 과중한 학점만 따고 있다. 높은 학점 이수는 한국대학의 오래된 관행이다. 한 학기 평균 6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수강과목이 너무 많아서 토론하고 발표하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렇게 암기식으로 학점만 딴 학생들이 문제이나 갈등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