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이명박 대통령은 2013년까지 전국의 모든 대학에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 대학과 이 제도로 선발된 학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부 예산지원액도 올해 236억원에서 내년 3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제도는 사교육 대책과 더불어 현 정부의 핵심적인 교육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기존의 편협한 입시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우수한 학생’이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여러 의미에서 교육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수한 학생의 기준은 학습능력과 성취도였다. 지금까지 한국의 입시제도는 편협한 지능에만 초점을 둬 낡은 지능관이 암묵적으로 반영돼 왔다. 다양한 지능관이 아닌 객관성·공정성 등으로 입시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 엄밀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폭넓은 지능관을 수용해 ‘우수한 학생’의 개념을 ‘공부 잘하는 학생’에서 ‘다양한 지능을 가진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 학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혁신적이고 당위적이다.
올해 입학사정관제도로 선발한 학생은 90개 대학 2만4000여 명이다. 내년에는 107개 대학에서 3만8000여 명을 뽑는다고 한다. 서울대의 경우 시범운영해 온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확대해 전체 정원의 35.4%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실시하고 있지만 제도 운영에는 여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불어나는 사교육, 입학사정관제의 적용 대상자, 사정의 영역과 요소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위상이다. 현재 전국 47개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교과부 지원·지원예정 대학)에 있는 정규직 입학사정관의 비율은 8.9%에 불과하며 60.7%는 최종학력이 석사 이하다. 서울대·고려대의 경우 정규직 입학사정관은 단 한 명도 없다.
입학사정관은 청소년의 발달 특성, 고등학교와 대학의 커리큘럼 분석, 대학의 이념과 교육철학, 입학관련 각종 통계의 해석, 입시전형의 기준과 연구개발, 상담기법 등 여러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한 고도의 전문가다. 이 같은 자질과 경륜을 갖춘 사람은 찾기 힘들 뿐더러 이 같은 능력을 단기간에 갖추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들이 대학교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전문성을 갖지 않고서는 입학사정에 관한 부수적·보조적 역할만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 대학의 입학관리 구조와 체제에 종속하거나 상하 관계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위상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에게 신분과 직업의 안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전문성이 쌓일 수 있는 인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학당국과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인사가 만사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입학사정관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학사정관의 채용과 활용에서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적 공감대와 신뢰가 구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