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학가 지형을 흔들 최대 화두는 ‘경쟁’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가에도 경쟁시스템을 본격 도입,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경쟁시대에 살아남지 못하는 대학들의 도태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과 현장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도, 교수도 경쟁시대=올해부터는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
http://www.academyinfo.go.kr/)에서 각 대학별 경쟁력 수준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A대학을 선택하면 신입생 충원율·전임교원확보율 등 항목별로 경쟁력 수준이 ‘★’ 표시 1개부터 5개까지로 표시된다. 이를 통해 수험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은 해당 대학의 경쟁력 수준을 타 대학과 비교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올해부터 대학들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등록금·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 대입전형료 수입·지출 현황 등 6개 항목이 추가 공시되고 개별 대학의 경쟁력 수준도 공개된다. 이는 교육수요자들에게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올해에는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 유도를 위한 경쟁시스템이 확대된다. 교과부는 대학평가 인증과 재정지원의 유기적 연계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교수 업적평가 시스템 개선, 강의 공개 등 대학의 자율적 학부교육 강화 노력도 유도할 방침이다.
국립대의 경우 총액인건비제·성과연봉제 도입이 추진돼 국립대 교수사회에 대대적인 경쟁 구도가 예고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국립대들이 현재와 같이 정해진 인원에 의해 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교수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정교수 1명을 채용하는 대신 부교수 2명을 채용할 수 있고, 반대로 부교수 2명을 채용하는 대신 정교수 1명을 채용할 수 있다. 총액인건비제와 성과연봉제는 철밥통 중의 철밥통으로 불리는 국립대 교수사회를 개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
■잘하는 대학은 지원, 부실대학은 퇴출=교과부는 올해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당근과 채찍’ 전략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대학들을 대상으로는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경쟁에서 도태하는 대학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올해 교과부의 대학 지원사업에서는 신설된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 사업이 주목된다. 교과부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10개교를 선정, 총 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교과부는 경영부실 사립대에 대한 자율적·상시적 구조조정 지원체제(1단계 경영개선 권고·단기적 행/재정 조치 시행, 2단계 경영 컨설팅을 통한 구조조정 유도, 3단계 해산 명령 등 법령에 의한 재제 조치)를 구축, 대학 구조조정에도 적극 나선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교과부는 지난해 현장실사를 바탕으로 경영부실 8개 대학을 선정하고 학교 폐쇄를 포함해 오는 2011년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미래 사회 대비한 적극적 전략=교과부가 대학가에도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유도하고 나선 것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2010년 업무보고에서 △위기 이후 미래 대비에 대한 요구 증가 △저출산 현상 심화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에 악영향 △국가 위상에 맞는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 등을 2010년 주요 정책 환경으로 꼽았다.
특히 저출산 현상 심화는 교과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정책 환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 최하위 수준 출산율은 단기적으로는 학령인구의 감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 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 평균 2.54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학령인구는 1006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6%(15만9000명) 감소했다. 이는 학령인구가 가장 많았던 1980년(1440만1000명)에 비해 30.1%(433만9000명)나 줄어든 수치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020년에 대학은 60만 명을 선발하고자 하는데 학생 수는 47만 명이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대학 간 통폐합에 의한 구조조정과 수월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학가, 공감대 형성·현장 소통 주문=이 같은 교과부의 정책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일단 수긍하는 입장이다. 단 대학가에서는 정책 추진에 있어 정부와 대학 간 공감대 형성·현장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곤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은 “약 10년 후 (학생) 자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교과부의 2010년 주요 계획은 장기적 방향성을 갖고 내놓은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대다수 대학들은 정부의 빠른 정책 변화에 대해 혼란에 빠져 있어 정부는 대학들의 공감대 조성을 위해 협조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김광열 국공립대 교수협의회장은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해 성과에 따른 차등화를 둔다는 교과부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총액인건비제는 지속적으로 증액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어 정부에서 지속적인 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부의 실적 내기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문제점을 보완해 인프라를 구축한 다음 고등교육 현장 개선책·혁신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민·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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