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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뜨거운 감자'로
등록금 동결 대학들 ‘초긴축 재정’..경쟁력 저하 우려
‘지원은 안하고 동결 요구’에 불만...“물가상승률 정도는 올려야”
정부발(發) 대학 등록금 동결 도미노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교협측에 올해 등록금 동결을 요구한데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등록금 동결을 압박한 때문이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15일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기도 하는 등 서울여대를 시작으로 경북대와 서울대, 경상대, 전북대 등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이화여대, 고려대, 숙명여대, 가톨릭대 등 전국 40여개 4년제 대학이 등록금 동결에 합류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등록금 동결에 고민하는 대학들도 많다. 연세대, 한양대, 서강대, 홍익대, 한국외대, 경희대, 건국대, 국민대 등이 등록금 책정을 미루고 있으며, 순천대, 강원대, 호서대, 충북대, 을지의대, 경기대, 대전대, 충주대 등 지방대학들도 등록금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 등록금 동결 대학들 ‘초긴축 재정’... 교육·연구 경쟁력 저하 우려 =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면서 올해 대학 재정이 초긴축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신규 사업의 지연과 인건비 축소가 불가피해 대학들의 교육·연구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은 더 심화되고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지난해 기계 설비와 기자재 구입을 1년 간 유보했는데, 올해는 어떤 식으로 재정압박을 넘어설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인건비 부터 줄이는 대학이 많아 대학 신규 일자리 시장도 얼어 붙을 전망이다. 장시영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은 “올해는 경상비 부분 쪽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계획”이라고 말했고, 변진호 이화여대 재무부처장도 “경상지출 절약을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운영비와 경비 부분의 절약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사립대들의 불만은 특히 크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줄어 든 반면, 등록금은 동결되면서 악순환이 예상된다. 지방 모 대학 고위 관계자는 “교수확보율이 낮아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 탈락했다”면서 “현 정부는 지방 사립대에 대한 다른 국고 지원은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를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자로 재면 국립은 하나도 안 떨어지고 다 받는다”면서 “국립대의 투자 효율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각 대학들이 약학대학 설립과 글로벌캠퍼스 조성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이 많아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상대의 경우 약학대학 설립을 추진중이며, 송도와 진해 글로벌캠퍼스 조성사업, 창원 제2 대학병원 건립 등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있다.

등록금 인상을 염두에 뒀다가 동결을 전격 결정한 대학은 예산 편성을 새로 짜기에 바쁘다. 나병암 목원대 기획처장은 “행정부서에서 등록금 인상을 상정해 예산 편성을 이미 해뒀지만 이를 수정해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한계상황이라 올해가 (등록금 동결은)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모 대학 기획처장은 “대통령부터 등록금 동결을 몰고 나오는데 학생들을 설득하기가 쉽겠느냐”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공주대도 잇따라 주변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선언에 합류한 케이스. 공주대 관계자는 “주변 대학 분위기를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지만, 현재 부족한 예산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학교운영비 중 소모성 경비를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휴학한 학생들이 복학이 늘 것으로 예상돼 그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 김태봉 서원대 기획홍보처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휴학생들이 많이 복학했으면 한다”면서 “시간강사 등 외부 강사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건물 신축도 가급적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대학들...“물가상승률 정도는 올려야” = 등록금 책정을 미룬 대학들의 불만은 더 크다. 이들 대학들 대부분 지난해 등록금 동결로 인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적어도 물가상승률 정도는 올려야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은 “사회적 분위기가 등록금 동결로 가다보니 학교로서 상당히 어렵다”면서 “정부는 사립대 지원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등록금 동결만 얘기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처장은 “등록금을 동결하면 신규투자를 못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세계수준의 대학을 만들라고 강조하면서, 투자를 못하게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영면 동국대 전략기획본부장은 “대학은 교육과 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 초빙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등록금을 동결하면 당장 이 제도가 타격을 받는다”면서 “(정부가)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려면 정부 지원이 선행되야 한다”고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서강대의 경우 최근 대학평의회와 가예산 편성에 관한 설명회를 갖고 물가 상승률 범위의 인상을 제안했다. 학생대표는 이에 반발하면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상요인에는 수긍하고 있다는 것이 대학측 설명이다.

주성영 서강대 기획팀장은 “등록금을 동결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최소한 물가인상률 정도는 올려야하지 않느냐는 게 학내 중론이다”면서 “학생대표는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등록금 인상 요인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는 올해 송도캠퍼스 설립 등 대규모 사업이 많아 등록금 인상률을 고민하고 있다. 김동헌 홍익대 기획처장은 “물가는 오르는데 교직원들도 경제적으로 힘겨웠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 신규사업 추진이 많아 조만간 학생들과의 토론 자리를 마련해 설득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인하대는 등록금을 소폭이라도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손동원 인하대 기획처장은 “지난해 등록금 동결로 교육환경 개선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이 부족했다”면서 “정부가 사립대를 다 도와줄 수도 없으면서 등록금 동결이나 인상 자제를 주문해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손 처장은 “대학마다 다양한 교육 목표가 있는만큼 대학 자율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릴 명분은 많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상 등록금 인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모 대학 기획처장은 “마음 같아선 등록금을 아예 안 받고 교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면서 “요즘 사회 분위기상 등록금 동결하지 않으면 돌을 맞을 것 같다. 인상 명목이 분명해도 결국 다 핑계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용수·신하영·민현희·김형·이정혁기자>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10-01-25 오전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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