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상한을 규정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학등록금이 1989년 자율화 조치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규제 대상이 됐다. 이에 등록금 재규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을 해 온 대학들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규제가 대학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학등록금 20여 년 만에 규제=국회는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고 ‘등록금 상한’을 규정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했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등록금 상한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법안의 부결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별 무리 없이 법안 통과가 이뤄졌다. 표결에는 국회의원 222인이 참가했으며 표결결과는 찬성 199인·반대 8인·기권 15인으로 나타났다. 이날 법안 통과로 대학등록금은 지난 1989년 자율화된 지 20여 년 만에 다시 규제로 전환됐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각 대학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하며 △사립대의 경우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해당 대학에 행·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보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위원장은 “등록금 상한제를 법제화함으로써 대학등록금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은 커다란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면서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상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매년 물가상승률의 2~3배 이상 인상돼 온 등록금 폭등을 원천적으로 막았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재규제, 대학들이 자초=대학등록금이 다시 규제 대상이 되자 근본적인 책임은 대학들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대학들이 등록금 자율화 이후 무분별하게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교과위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 사립대의 계열별 연간 등록금 평균액은 1989년 대비 인문사회계열 512만원(400%), 자연과학(이학)계열 628만원(450.7%), 공학계열 686만원(473.1%), 의학계열 780만원(458.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89년 대비 2008년 국립대 기성회비 평균액은 인문사회계열 303만원(560.9%)·자연과학(이학)계열 372만원(554.9%)·공학계열 378만원(540.5%)·의학계열 506만원(746.8%) 인상됐다.
안민석 의원은 “사립대 등록금은 1989년 자율화 조치 당시보다 5배 이상 인상됐다”며 “동기간 비교 가능한 272개 품목 대상 중 인상률이 5배가 넘는 품목은 경유·등유·시내외 버스료 등 12개에 지나지 않아 등록금이 얼마나 큰 폭으로 인상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사회도, 정부도 더 이상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을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왔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물론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그 방법이 가장 편하기 때문인데 재정 전입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학생·학부모에게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등록금 규제, 대학경쟁력 저하 우려=국회 논의과정에서부터 등록금 상한을 반대했던 대학들은 등록금 상한이 법제화되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등록금 규제는 대학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국립대보다 사립대에서 우선 나오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국립대는 예산의 5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상한하는 것은 말이 된다”며 “사립대의 경우 기본적인 대학의 책무성은 지켜야 하지만 그 책무가 등록금 상한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물론 사립대들이 다른 부분에 있어 재정적인 여력이 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등록금 의존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규제를 하면 세계 대학과 경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재정적 어려움이 더 큰 지방 사립대들은 걱정스럽다는 입장이다. 연석주 동신대 기획처장은 “지방대 등록금은 서울 소재 대학 등록금의 75~80% 수준”이라면서 “지방 사립대는 정부 지원을 받기가 더욱 어려운데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까지 하면 어려움이 더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연 처장은 “정치권에서는 등록금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하지만 고려대·서울대·연세대를 제외하고 다른 대학들은 발전기금을 모으기 어렵다”며 “(등록금 인상률 상한은)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차라리 액수 상한제가 낫다”고 말했다.
<정성민·홍여진 기자 bestjsm·dik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