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교수와 직원, 학생 800여명이 참여하는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발족함에 따라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학내 찬반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대위측은 교육의 공공성과 기초·응용학문의 균형발전 저해, 등록금 인상, 대학의 상업화, 비판적 사회성찰 능력 약화 등 서울대를 법인화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공대위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사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부 대표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최고 의결기구가 될 경우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면서 “비약적으로 얘기하면 일본의 조선총독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법인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확충 문제도 지금의 고등교육예산을 증액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라면서 “정부 예산을 늘리지 않은 채 법인화를 추진한다면 암세포가 영양분을 독식해 신체가 죽듯, 서울대가 암세포가 되 결국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의 시장화도 지적된다. 정부가 대학을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재정지원을 하게 될 경우는 물론 무분별한 수익사업이 학문을 자본에 종속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식 대학평가에서 유럽 대학 중 한 곳도 100위 안에 들지 못한다고 해서 유럽의 대학이 서울대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지원하되 일체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서울대 법인화법안의 문제는 무엇인가 “대학 자율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육부 차관이나 고위 관료가 최고 의결기구가 될 이사회에 들어가 간섭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비약적으로 얘기하면 일본의 조선총독부와 다르지 않다.”
- 그럼 이사회 구성에 어떤 보완이 필요한가“이사회가 정부측의 전횡적 의사결정 체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수회나 학생기구 등이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 이게 안되면 민주적 결정과정에서 심대한 결손을 갖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 정부의 평가에 따라 경쟁력있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어떤가
“정부가 2년마다 대학을 평가해 지원액수를 나눠준다는데, 이럴 경우 대학은 정부 예산 따기 위해 로비하기 바쁘게 될 것이다. 칼자루를 정부가 가지고 있는데 이게 무슨 자율성이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자율성 확대는 커녕 지금의 자율보다 후퇴할 것이다.”
- 서울대 법인화가 특혜라고 얘기한다. 서울대 구성원으로서는 반길 일이 아닌가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이 늘어난다면 공생할 수 있다. 서울대는 아무튼 유리하겠지만, 다른 지방대학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암세포가 영양분을 독식해 정상세포를 죽이면 결국 공멸하지 않나. 결국 서울대도 죽게된다.”
- 대학이 보다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서울대가 1년에 1조 쓴다. 국고 25%에 기성회비, 연구프로젝트가 각 20여%, 발전기금 10여%다. 서울대는 사실상 법인화대학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있다. 브랜드 팔아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나. 수익사업의 한계가 있다. 결국 학생 등록금 올리는 방법이 제일 쉽다.”
-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의 사회적 기능 측면에서도 영향을 주지 않나
“시장경제 아래서도 교육은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공공재조차 시장화하면 사회가 살벌한 양극방식의 승자 독식 사회로 간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대학이 공공재 성격을 지닐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판적 지성이 나올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 기초학문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하지 않나“본부측은 돈을 버는 학문이 그렇지 못한 학문을 먹여 살리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초학문 성격 자체도 변할 수 있다. 기초 학문도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모색할 것이다. 정부 돈과 기업체 돈은 같은 돈이 아니다. 기업은 보편적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 대학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나“유럽의 대학은 정부가 지원은 하되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학문의 자유와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지향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은 시장화모델이다. 대학별 능력에 따라 예산을 지원받는 식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유럽 대학에는 사회 전체의 진로를 걱정하는 비판적 지성이 존재한다. 미국은 대학 교수가 전문직 노동자다. 지식은 있는데 지성이 없다.”
- 세계 대학 평가를 보면 미국 대학들이 경쟁력 있는 걸로 나오지 않나“미국식 대학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 SCI논문 수 등이다. 유감스럽게도 프랑스와 독일에는 미국식 평가기준에서 보면 100위권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서울대는 47위까지 올라왔다. 그렇다고 프랑스와 독일 대학이 한국의 서울대보다 못하다는 말은 없지 않은가. 자연과학은 보편성 있지만 인문사회과학이 다 미국식 가치로 재단되는 건 문제다. 미국 사람도 아니면서 미국사람처럼 생각하고 정신적으로 식민지가 될 뿐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학내에서 곧 서명운동을 전개해 늦어도 2월 초까지는 마무리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대 법인화 법안의 국회상정과 통과를 막을 것이다. 지방 의원들은 법안에 반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지방 대학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