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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외국어 배우기를 즐겨라"
Renate Clasen(레나트 클라젠),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필자는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외국어를 즐기는 방법과 다른 나라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을 배웠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녔고 필자는 외국인 손님이 자주 들락거리는 집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동료들은 중국·호주·아프리카 등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는데 우리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자기 나라의 문화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럴 때 모두가 편하게 영어로 말을 하고 있어서 필자는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리고 영어로 얘기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몹시 재미있었다.

필자는 영어를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배웠지만 집에서 스스로 더 많이 공부했다. 좋아하는 팝송을 번역했고 지역 도서관에서 빌린 영어 소설책도 읽었으며, 영미권 영화도 많이 봤다. 영어 배우기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말을 공부하는 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 한국어가 내 전공은 아니었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배웠다. 한국과 관계 있는 모든 것은 너무나 새로웠고 필자가 태어난 독일과 달랐다. 그래서 필자를 늘 흥분시켰다.

필자는 한국에 와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경험한 나의 즐거움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배우기를 나보다 훨씬 더 간절히 원했지만, 그 누구도 영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지 않았다. 한 중년 신사는 영어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너무 심해 자신은 이제 영어를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영어를 말할 때 완벽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영어를 억지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업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혹은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영어를 공부했다. 영어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혜택받은 환경에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왔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됐다.

유럽에는 ‘논 스콜래 제드 비태 디스키무스(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당신은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 공부한다)’는 문장을 모토로 내건 몇몇의 고등학교와 대학이 있다. 그러나 위의 라틴어 문구는 한국에서는 적용되기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만을 위한 영어는 죽어 버린 언어와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 주는 열쇠로 사용하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면 그것 자체로 신나고 재미있는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사람들 간의 이해와 평화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경제적 활동도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언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학문에도 적용된다. 필자는 한국에서 시험을 너무 강조하는 문화 그리고 공부의 질 대신 양을 중시하는 제도를 경험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극단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르치는 것이나 배우는 것에도 이런 균형이 필요하다. 선생은 학생에게 공부할 것을 너무 많이 주어서도, 너무 적게 주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학생은 완벽하기만을 원해서도, 대충대충 넘어가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필자가 외국인 교수로서 제일 기뻤던 순간은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성장·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들을 존경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필자에게 마음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너무나 다른 경험과 세계관을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2-26 오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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