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뉴 코어’ 부총장이 뜬다
복수 체제로 역할 분담 … 전문성·경쟁력 제고
업무 영역 명확히 구분, 책임과 권한 강화해야
부총장이 대학의 ‘뉴 코어’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총장 혼자서는 모든 일을 유연히 해낼 수 없는 시대가 되자, 부총장의 실질적인 권한·책임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부총장은 총장을 뒷받침하는 과거의 수동적 역할에서 한 걸음 벗어나 보다 독립적으로 대학 행정을 이끌고 있다.
■부총장 역할 세분화로 전문성·경쟁력 ‘UP!’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대학들은 1인 부총장제를 실시해 왔다. 부총장이 여럿인 경우는 분교나 의대를 보유하고 있어 제2캠퍼스 부총장, 의무부총장을 둔 대학 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많은 대학들은 부총장을 분야별로 세분화해 전문성과 집중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가톨릭대는 신학·교학 △경희대는 정책·재정 △경원대는 IT·연구 △고려대는 교학 △단국대는 대외협력·산학협력 △동국대는 경영·학사 △상명대는 기획·산학협력단 △서강대는 교학·산학 △연세대는 교학·행정·대외 △포스텍은 교학·연구 △한국외대는 대외·산학연계 △KAIST는 대외·교학부총장을 두는 등 많은 대학들이 캠퍼스·의무부총장 외의 부총장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김인철 한국외대 대외부총장은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총장이 해야 할 업무도 무척 많아졌다. 다양한 학내외 업무를 총장 혼자 다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부총장직을 세분화해 총장의 역할을 보조·분담토록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업무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 한 대학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외부에서 총장을 영입하는 대학들이 늘었다. 외부에서 온 총장은 대외 네트워크가 넓은 반면 학내 사안에 대해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며 “총장은 대외적인 부분에 좀 더 무게를 두고, 대학 안살림은 오랫동안 학교 행정에 몸담아 왔던 보직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부총장직을 개설·확대하는 대학도 많다”고 말했다.
단순히 부총장직의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총장이 갖고 있던 다양한 권한·책임 역시 부총장에게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과거 부총장이 총장 결재에 앞서 거쳐 가야 하는 형식적 단계였다면 이제는 담당 영역에 관한 사안을 보다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책임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김인철 부총장은 “오늘날 대학은 외적으로는 다양한 관점에서 네트워크를 넓혀 가고, 내적으로는 효율성 있는 행정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관할하는 게 부총장”이라며 “대학 내외부 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부총장의 실질적 역할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또 부총장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산학부총장 등 ‘눈길’ … 국공립대 부총장 신설도 확대
각 대학이 부총장직을 세분화해 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산학부총장직을 신설하는 대학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총괄하는 부총장의 필요성 역시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산학부총장을 두고 있는 대학은 단국대·상명대·서강대·한국외대 등이다.
이계형 단국대 산학협력부총장은 “이제 대학은 더 이상 학생 교육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학생 교육은 물론, 더 많은 것들을 잘해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는 대학이 기업체·연구소와 유기적 관계를 강화하는 게 경쟁력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산학부총장직을 신설해 산학연 관련 업무를 집중 수행토록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강대 관계자는 “산학협력으로 대학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척 다양하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얻는 연구력 강화와 재정적 이익이 가장 큰 효과”라며 “오늘날 각 대학에서 차지하는 연구력·재정의 중요도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산학 관련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산학부총장을 두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공립대들의 부총장직 개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8년 12월 교과부가 국립학교 설치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기 전까지 국공립대들은 자율적으로 부총장직을 설치할 수 없었다. 예외적으로 부총장을 둘 수 있는 곳은 통폐합으로 2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는 강원대·전남대·경북대·제주대뿐이었다. 그러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1학기 부산대는 부산캠퍼스 부총장·양산캠퍼스 의무부총장, 전북대는 부총장직을 개설하는 등 전국 국공립대들 역시 부총장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전북대 관계자는 “대학이 처한 대외적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총장의 업무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국공립대들에서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부총장직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급격한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이끌고자 법률 개정과 함께 부총장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총장제 효율 높이려면 ‘영역 정립’ 최우선
부총장의 역할이 세분화되고 권한·책임이 강화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리·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들도 많다. 현직 부총장들은 무엇보다 “부총장 개개인이 담당하고 책임져야 할 업무 영역의 명확한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배경율 전국대학부총장협의회장(상명대 산학협력단부총장)은 “최근 부총장의 역할이 여러 사람에게 세분화되고 강화되면서 아직 업무 영역에 대한 명확한 질서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부총장 개개인은 자신의 권한·책임이 어디까지 인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총장의 역할을 세분화한 본래 취지를 잘 살리려면 가장 먼저 업무 영역, 권한·책임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다. 대학마다 자신의 실정에 맞게 시스템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총장 본연의 역할을 늘 기억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배 회장은 “부총장의 본분은 간단하다. 학내 ‘교통정리’를 잘하는 것이 부총장의 본분이자 핵심 역할”이라며 “부총장의 권한·책임이 강화되면 총장은 대외적인 업무 등 보다 큰 영역에, 부총장은 세밀한 학내 행정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부총장들이 학내 행정을 이끌 때, 각 사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지혜롭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을 때 대학의 원활한 운영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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