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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자체평가 “미래 고민하라”
'일기 쓰듯, 반성문 쓰듯' 기준 만들어야
전문대학이 자체평가 기준 마련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자체평가를 처음 실시했던 36개 대학 외에 올해 의무적으로 자체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110개 대학은 기준을 만드느라 신학기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36개 대학을 상담·평가했던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컨설팅단은 이들에게 “일기 쓰듯, 반성문 쓰듯 기준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 숨기고 싶은 항목 처리 고심

자체평가는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평가) 근거법령에 따라 해당 대학들이 교육·연구, 조직·운영, 시설·설비 등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점검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공시토록 하는 게 목적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지난 2008년 인하공업전문대학을 시범대학으로 실시한 후 2009년 36개 대학이 자체평가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나머지 110개 대학이 의무적으로 실시·완료해야 한다. 당장 이달부터 열리는 설명회를 시작으로, 110여 개 대학은 본격적인 기준 만들기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정보공시제도, 그리고 곧 추진되는 전문대학 평가인증 등과 마찬가지로 ‘평가’이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를 준비하는 대학의 속마음 역시 다양하다. 모 전문대학 직원은 “민감한 지표들은 가급적 숨기고 싶은 게 대학의 속내 아니겠냐”면서 “미흡한 재정이나 미충원율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직원은 “평가가 너무 많아 기준 마련이 어렵다”고 말했다. 각종 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체평가 기준을 또 만들다 보니 기준이 겹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일부 대학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간의 평가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대학’으로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 대학특성 드러내는 기준으로

전문대교협에서는 이들 대학을 위해 지난해 컨설팅단을 구성한 바 있다. 전문대학 보직교수 등 4인 1팀으로 구성된 컨설팅단은 권역별로 4개단이 구성돼 지난해 36개 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각각 5차례씩 진행했다. 이들은 △자체평가 목표 △추진체계 △정보공시반영 정도 △평가분야 △평가기준 및 지표 △평가방법 △평가결과 △결과활용 계획 등 8개 항목으로 대학을 심사했다.

서울·경기·강원지역을 담당했던 1컨설팅단의 조갑연 단장(우송정보대학 식품영양조리과 교수)은 “자체평가는 대학의 역량이나 장단점 등을 통해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전문대학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조 단장은 “전문대학은 직업교육과 취업이 가장 중심이 돼야 한다.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 교육과정에 넣어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재 4컨설팅단장(동서울대학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 역시 “지방 전문대학의 경우 지역과 밀착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지역사회와의 산학협력 활동 등을 부각시켜야 한다. 평가를 통해 나온 결과로 앞으로의 방법론도 고민한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 현재보다 미래 염두한 지표를

컨설팅단은 특히 대학의 비전과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특성화를 강조했다. 1컨설팅단은 8개 대학을 컨설팅한 후 낸 평가보고서에서 “대부분 대학들이 대학 비전·중장기 발전계획이 없거나 있더라도 자체평가와 괴리돼 있었다”면서 “발전계획과 연계된 학교의 특성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게 자제평가의 지표들인데, 연계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컨설팅단 역시 평가했던 인천·경기지역 전문대학에 대해 “대학의 비전과 구체적 실천항목의 연계성이 부족한 부분은 컨설팅 진행과정에서 많이 대두됐던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잘 보이기보다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기준을 만들라는 조언도 많았다. 이필재 4컨설팅단장은 “자체평가는 자신의 잘못된 것을 뒤돌아보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보완해 나갈 것이 무언지를 고민하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일기 쓰듯, 반성문 쓰듯 써야 한다. 대학 발전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점검하는 잣대로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3컨설팅단 역시 “향후 평가인증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겸해 시계열적 분석이 가능토록 계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대학의 특성과 관계없이 수요자만을 위한 기준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갑연 1컨설팅단장은 “일부 대학은 학부형을 타깃으로 삼아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학’ 등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런 기준은 전문대학으로서의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03-02 오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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