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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2016년부터 '옥석 가리기' 시작
<신년기획>향후10년대학미래결정한다(5)전문대학 10년 후
수업연합 규제 풀려 '학과 특성화' 불가피
4년제 대학과도 경쟁 ... 차별화 전략 절실
전문대학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다.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의 인기학과를 잇달아 개설하고, 사이버대는 무섭게 성장하며 성인학습자를 빼앗아가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점부터 위기는 현실이 된다. 현행 2~3년으로 묶여 있는 수업연한 규제가 풀리고, 이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전문대학의 미래가 좌우된다. 전문대학이 바라보는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 전문대학의 숙원, 수업연한 다양화

전문대학의 가장 큰 숙원사업은 ‘수업연한 다양화’다. 현재 2~3년으로 묶여 있는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2~4년으로 학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주된 골자다. 4년제 대학은 이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모두 4년제 대학으로 만들자는 것이냐”는 의심이다. 그렇지만 전문대학은 항변한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학만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고등교육을 바로잡고, 나아가 산업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수업연한 다양화는 노동인력이 각각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기반사회로 발전했지만, 필요한 인력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과거 단순·반복업무 위주의 저기능 인력 대신, 창의적이고 고기능을 갖춘 현장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수업연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커뮤니티컬리지는 석사학위까지 수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수업연한을 대학별·학과별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의 폴리테크닉 역시 3년에서 4, 5년으로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독일은 수업연한이 제시돼 있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 또는 단축할 수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2년, 4년이라는 수업연한으로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틀 속에서 4년제 대학 선호사상이 단단히 자리 잡았고, 결국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 떨어지면 가는 곳’이라는 멍에를 지게 됐다. 전문대학이 수업연한에 묶이고,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 문제까지 걸리면서 이도저도 아닌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할 경우,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대학의 주장이다.


■ 2015년···수업연한 풀리고 경쟁시작

현재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을 팀장으로 한 ‘유아교육 선진화 정책’이 바로 그것. 이에 따르면, 현재 2·3년 과정인 유아교육학과가 모두 4년의 학사과정으로 통합된다.

유아교육 선진화 정책은 2012년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인데, 이후 다른 학과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년제인 간호계열 역시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4년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이에 맞춰 현재 산업구조에 따른 전체 학과 분류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모든 학과를 해체하고, 2·3·4년에 맞는 학과로 다시 나누는 작업이다. 4년의 경우 공업계열 중 융·복합화한 직무, 예를 들어 전기·전자·기계 등이 복합된 메카트로닉스과·자동차과 등이 해당된다.

전문대학은 법적 문제 역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에서는 모든 전문대학의 학과가 2년으로 정해져 있고, 유아교육·간호학과 등만 대통령령으로 3년으로 정해 놓았다. 이것을 시행령에서 ‘필요한 학과에 따라 4년으로 할 수 있다’는 항목을 넣으면 된다는 뜻이다. 전문대학은 이런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가 2012년에서 3년 후인 2015년으로 잡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유아교육과 등에서 시행해 보고, 2016년부터는 전체 학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2020년···경쟁력 있는 대학만 남아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옥석을 가리는 기간이다. 수업연한 다양화가 실시돼 같은 이름의 학과라도 필요에 따라 2·3·4년의 수업연한을 갖게 되고, 학과 운영이 미숙할 경우 도태된다. 2016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현재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게 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수요자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보공시제를 비롯해 전문대학 인증평가·자체평가 등 각종 평가로 서열이 나눠지고, 전문대학은 물론 4년제 대학은 수요자 앞에 발가벗겨진다.

이를 대비하지 못하는 대학은 당연히 뒤처지게 마련이다. 최용섭 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은 “수업연한 다양화가 진행되면 개별 전문대학은 물론 모든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과도 승부를 벌여야 한다”면서 “그 무기는 4년제 대학보다 값싼 수업료와 현장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획실장은 “2년제인 학과가 4년제로 가려면 총정원을 유지해야 한다. 학년 정원을 50% 감축하면서 수업의 질까지 유지하기는 힘들지만 그걸 버텨 내야 4년제 대학과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장은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산업의 수요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반대학의 정규과정에서도 취업 위주의 직업교육을 하고 있으며, 특히 비정규과정을 통해 4년 과정뿐만 아니라 단기과정도 운영하고 있어 법적 교육목적이 무의미하게 됐다”며 전문대학의 차별화와 틈새시장 공략이 이 문제의 열쇠라고 말했다.

전문대학의 강점으로 꼽히는 주문식 교육은 이에 잘 부합한다는 평가다. 하이닉스 등 굵직한 기업들과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은 영진전문대학이나 당진 현대제철과 MOU를 맺은 신성대학, LG와 끈끈한 관계인 연암공업대학 등 대학 등이 이런 경우다. 지방의 일반 4년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허덕일 때, 이들 대학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기업 밀착과 함께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 역시 생존의 한 방법이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지방 전문대학 학생의 70% 이상이 그 지역 학생들”이라며 “지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016년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20년에는 알짜 전문대학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전문대학 살아남으려면"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장(동양공업전문대학 기획처장)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정원은 2009학년도 현재 전문대학 146개교, 4년제 일반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방송통신대학·기술대학 제외) 177개교 등 총 323개교에 55만7115명으로 학령인구의 85.1%에 상당하는 규모였다. 1999학년도에 비해 전문대학 15개교 감소, 입학정원 21.3% 감축, 4년제 일반대학 19개교 증가, 입학정원 4.6% 증원, 총 4개교 증가, 입학정원 8.0% 감축 결과를 가져왔으며 학령인구 감소율 23.0%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2020학년도에는 학령인구가 2009학년도 대비 약 22.4% 감소해 현재 입학정원보다 적어질 전망이어서 입학정원을 대폭 감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는 50위권에 머물러 있고, 국내 산업체의 대학졸업자에 대한 만족도 역시 수준 이하로 평가받고 있어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양적 팽창과 교육의 질적 저하가 오늘날 대학교육의 위기를 몰고 온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통·폐합, 부실대학 폐교 및 입학정원 감축 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감축하고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함으로써 입학정원 감축률이 학령인구 감소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구조조정 성과를 가져온 결과, 신입생 미충원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대부분이 사립대학인 구조적 문제가 대학 통·폐합, 부실대학 폐교 등 정부 주도형 구조조정 성과의 한계를 드러낸 요인이며 현재 전문대학 취업률 86.5%, 4년제 일반대학 취업률 68.2%를 고려하면 전문대학 입학정원 감축,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 증원 정책은 청년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향후 10년 동안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교육·전직교육·직무능력 향상교육 등 평생교육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직업교육분야에서 전문대학과 4년제 일반대학의 역할과 기능의 경계가 무너지고 직업주기가 급속도로 단축되는 상황에서 학생모집 및 취업률 제고 경쟁은 생존 차원의 경쟁으로 치열해질 것이다.

   전문대학은 2∼3년의 단기 수업연한으로 4년제 일반대학과 직업교육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국제적 추세나 직업교육 경쟁력 제고를 통해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의 해결책으로 볼 때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은 필연적으로 다양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대학은 단기 수업연한으로 인한 난관을 전공·동아리활동 활성화, 튜터링제도 활성화, 현장실습 활성화 등 정규 교육시간 이외의 특별 교육시간 확대를 통해 극복하면서 직업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규모를 선진국 수준인 소수정예 교육체제로 개선해 밀착교육을 위한 교육여건을 조성하고 실무 위주의 실용교육,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고려한 눈높이 교육, 진로지도 및 취업지도의 내실화를 통해 직업교육의 질적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재정은 대학 자체 교육예산 운용의 효율성 제고와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또한 성인 평생학습 수요 증가를 고려한 평생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직업교육 평가인증체제 구축으로 직업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해 이를 기반으로 직업교육의 국제화를 실현하는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대학 통·폐합, 부실대학 폐교 등 실효성이 미미한 정부 주도형 경영자 측면의 구조조정보다는 인력 수요를 고려한 대학입학 정원 조정에 비중을 두는 과감한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재정지원을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에 집중토록 하고 수업연한에 따른 학제에서 과감히 탈피해 직무분야에 따라 수업연한을 다양화하는 선진국형 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직업교육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03-03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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