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각 대학의 졸업식이 있었고, 3월 2010년 신학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이 마냥 즐거워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졸업과 동시에 ‘백수’, ‘이태백'이 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해외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경기침체, 국제금융위기, 고용 없는 성장 등 연일 우울한 언론보도들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졸업생들은 힘들기만 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1월 전체 실업률이 5.0%인 반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9.3%나 된다.
취업이 어려우니 대학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취업 중심으로 교과목이나 학교생활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취미나 이념(?) 중심의 동아리들은 이미 그 매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고 캠퍼스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반면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어학 동아리나 면접을 대비하는 동아리가 뜨고 있다. 교과목도 학점관리에 도움이 되거나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면 폐강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취업 중심으로 변해야 하는 추세를 거부할 수는 없으나, 대학이 지닌 기본적 교육의 방향과 정책이 있고, 대학생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취업이라는 대세 앞에 전부 사라지게 되어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이 감소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 능력이 모자라다고 치부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일할 의욕도 넘치고, 열정과 체력이 충만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은 물론 그가 속한 사회,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젊은 나이에 조직생활도 경험하고,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익히는 시간과 과정이 있어야, 이들이 중년이 되었을 때 다시 후배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청년실업 극복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인턴제만으로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안 좋다는 것에 안주해서도 안 되고 민간기업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확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마다 신학기면 대학가는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신입생들은 이미 등록금을 납부했지만, 재학생들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가 등록금 투쟁에 참여한다. 신입생들도 선배의 주장에 동조해 입학 첫 달을 등록금 투쟁으로 보내기 일쑤다.
대학당국도 고민이다. 일 년 예산을 책정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지만, 등록금이 결정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원이 풍부해서 장학금을 많이 줄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국가가 교육비를 부담해 준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부모들로서도 비싼 등록금을 여덟 번이나 내고, 해외연수도 시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졸업 후 집 안에만 박혀 있다면 열불이 날 일이다. 대학으로서도 학부모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실정이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학생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별다른 묘안이 있지도 않다.
그래서 대학은 오늘날 안팎 곱사등이 신세다.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 온 지식과 지혜가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걱정도 사치스러운 것일까? 이런 의문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