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표 KAIST 총장이 오는 7월 13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밝혔다. 서 총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7월에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는 갖고 있다”면서도 “더 두고 봐야 한다. 할일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연초에 이어 두번째로 드러낸 ‘연임 희망’ 발언이다. 서 총장은 지난 1월 26일에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일할 조건(환경)을 보고 있으며, 조건(환경)이 허락되면 (연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KAIST는 차기 총장 후임 인선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 달 24일 낸 총장 초빙공고가 시발점이다. KAIST는 공고문에서 “KAIST를 21세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이끌어 갈 총장을 모신다”며 “지원자는 오는 4월 22일까지 이력서와 KAIST 발전방향에 대한 소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정문술 KAIST 이사장의 추천으로 7인 이내로 구성된 총장후보발굴위원회(이하 발굴위)가 가동됐다. 발굴위는 이번 총장 인선부터 도입됐다. “총장 공모에 응하지 않은 인사 중 정말 훌륭한 인사를 찾기 위한 일종의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발굴위 역할을 교수협의회에서 대신했다. 서남표 총장도 교수협의회에서 구성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발굴한 인사다. 교협에선 이번에도 총추위를 구성,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총장 초빙 공고에 응모한 인사와 총추위·발굴위에서 찾아낸 인사가 모두 총장후보선임위원회(이하 선임위)에서 취합된다. 선임위는 이사회에서 선출한 이사 2인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선임위는 총장 공모로 올라온 인사와 총추위·발굴위에서 찾아낸 인사를 심사해 3배수 이내의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선임위의 후보자 추천은 5월 중순경에, 총장선임을 위한 이사회는 6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만큼, 그의 연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교내에선 서 총장 연임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일 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 140명 가운데 63명은 반대를, 54명은 찬성 입장을 표했다. 나머지 23명은 ‘심각하게 고려중’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연임 찬성 교수들은 “비전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연임 반대 교수들은 “(서 총장이)훌륭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4년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교수들의 찬반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서 총장의 연임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는 발굴위와 총추위가 그에 버금가는 인물을 찾아내느냐다. KAIST 관계자는 “러플린 총장의 등장 이후 KAIST 총장은 이제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가 됐다”며 “이것이 KAIST가 러플린 총장을 선임하며 얻은 가장 큰 효과”라고 밝혔다.
지난 2004년 KAIST가 선임한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취임 당시 ‘과학계의 히딩크’로 관심을 모았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미 스탠퍼드대 교수라는 이력을 갖고 임명된 KAIST의 첫 외국인 총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AIST의 사립화’ 등 그가 제시한 개혁방안이 너무나 이상적이란 지적과 함께 내부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그의 등장으로 KAIST 총장 자리가 한 단계 ‘레벨 업’ 됐다는 얘기다.
러플린 총장 후임으로 선임된 서남표 총장 역시 ‘세계적 석학’이란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1970년부터 MIT 교수로 재직해 온 서 총장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를 역임하며 국제 과학계에서 명망이 높았던 인물이다. KAIST 새 총장으로 낙점되기 위해선, 서 총장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하나의 변수는 교과부 등 현 정부의 의지다. 정부출연 기관인 KAIST로서는 정부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교과부 인사가 최근 서 총장 연임 여부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된다. 이원근 교과부 학술정책관은 지난 10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현재 KAIST 총장후보발굴위에서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우리(교과부)와 청와대에선 서 총장의 연임에 대해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서남표 총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KAIST 발굴위와 이사회에 총장 선임절차를 맡기고, 연임여부를 사전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현 정권이 서 총장의 연임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 KAIST 관계자는 “현재 교육·과학 분야에 대한 서남표 총장의 발언은 정부 관계자 발언의 파급력을 넘어서고 있다”며 “현 정부로서는 정부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서 총장의 존재를 좋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 총장 후임으로 누가 추천되느냐는 중요한 변수다. 발굴위나 총추위가 서 총장과 비견될 인물을 찾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란 얘기다. 이는 교과부쪽에서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이원근 학술정책관은 “서 총장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 총장의 연임이 성공할 지, 그에게 못지않은 인사가 KAIST의 새 수장이 될 지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