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NVQs(National Vocational Qualifications)를 내세워 국내 전문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NVQs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직업교육 국가자격증으로, 현재 29개국에서 통용된다. 개별 전문대학에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개발,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전략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영국 정부 인정, 유학생 유치 수월
국내 전문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NVQs 프로그램이 현재 2단계에 접어들었다. 1단계로 지난 2008~2009년 국내 전문대학 6곳과 영국 파트너 대학 6곳이 참여해 한국·영국 전문대학 간 우수특성화분야별 공동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한-영 직업교육과정 국제화 프로젝트’를 진행됐다. 올해 7월까지는 국내대학 4곳과 영국 파트너 대학 4곳이 참여하는 ‘한-영 직업교육대학 직업교육 프레임워크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국가기술자격증 레벨(1~5)에 따른 다양한 과정을 신설하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NVQs가 29개국에서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영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통하는 국가자격증이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쉽다. 또한 NVQs 프로그램 자체를 다른 나라의 대학에 수출할 수도 있어 확장이 용이하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NVQs가 국가자격증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 교육과정을 개발하면, 대학은 이를 가져다가 쓰는 형태다.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국가기관에서 이를 승인해 주고 레벨을 부여해 신뢰도가 높다. 우리나라는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주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친 것인지, 개개인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영국은 검증된 ‘과정’을 운영해 레벨을 부여하는 점이 다르다.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김태영 동의과학대학 미용계열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미용자격증은 해외에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일하려면 해외 유학을 가야 한다. 그렇지만 국내 전문대학에서 NVQs 과정을 도입하면 국내 대학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기술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은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는 개별대학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마다 중구난방인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영국 NVQs 모델, 대안 될 수 있을까
영국의 NVQs 프로그램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규진 전남도립대학 호텔조리영양과 교수는 지난 2월 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열린 ‘한·영 대학 간 직업교육 프레임워크 파일럿 프로젝트 영국 방문 성과 공유 회의’에서 지난 10월 영국 파트너 대학에 한국 전문대학생 12명을 파견하게 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아울러 “한국의 전문대학 교육시스템과는 다른 영국식 직업전문교육 시스템 및 평가방법을 이해하고 현 전문대학 교육과정 내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론 해외의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영국과 협의해 프로그램 일부를 우리 현실에 맞게 고쳐서 진행하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김태영 교수는 “미용 전공의 경우 NVQs 취득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이 있는데, 동양권 국가에서는 수업 및 실습이 불가능한 부분이 존재해 무조건적 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이 정해 놓은 기준의 경우 모발 컬러가 금색인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문신은 몇 회 이상 실습을 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이러한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 정부와 상의해 ‘스페셜 팁’을 받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나아가 영국의 NVQs와 같은 과정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한국형 표준 직업기술 교육과정을 개발한 후 동남아권으로의 수출 방법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그렇지만 해외에도 통용될 체계적 교육과정 개발은 개별대학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인식하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
김경환 전문대교협 대외협력부 팀장은 “영국 NVQs 프로그램을 파일럿 형태로 진행하는 이유는 영국의 교육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이식시킬 수 있는지 ‘매핑’하는 데에 있다”면서 “대학의 국제화 역량을 강화하고 재학생에 대한 교육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나아가 국내 전문대학의 프로그램을 역수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NVQs는 영국 정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지원금이 중단될 경우 1·2단계 프로그램이 자칫 공중분해될 우려도 있다. 정규진 교수는 이에 대해 “교과부와 전문대교협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속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이 예산을 책정할 경우 오는 8월부터는 내년 중반기까지 3단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경환 팀장은 “3단계는 학생에게 직접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며 “사업 이후에는 분명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