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ㆍ취업난에 대학생들 휴학 내몰려
"돈벌며 학교 다니다 취업하려니 스펙 압박"
일부러 학점ㆍ논문 펑크내고 졸업 미루기도
홍익대 독문과 김광현(26)씨는 2003년 입학 이후 세 학기를 휴학했다.
작년 2학기에는 자격증을 따고 영어시험을 준비했고 재작년에는 1년을 몽땅 쉬면서 기업체 인턴을 하며 등록금을 벌었다.
오는 8월 졸업을 앞둔 김씨는 "상반기에 취업이 안 되면 졸업을 더 미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싼 등록금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학교를 쉬는' 휴학 대학생이 늘고 있다.
연세대는 2007년 1학기 3천660명이던 휴학생이 작년 2학기에는 4천318명으로 18%나 늘었다. 군 입대로 휴학한 3천710명까지 합하면 전체 재적인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학교를 쉰 셈이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숙명여대는 2007년 1학기 2천29명에서 작년 1학기 2천313명으로, 명지대는 같은 기간 3천222명에서 3천537명으로 14%, 9.8%씩 휴학생이 늘어났다.
연간 1천만원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등록금을 대면서 취업에 필요한 '스펙'까지 쌓으려면 두세 학기 정도 휴학은 기본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대 언어학과 박재현(24)씨는 "이렇다 할 스펙도 없고 학교에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자니 부담스러워 한 학기 쉬고 집에서 공부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등록금을 벌려고 휴학하고 과외를 세 개씩 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상명대 총학생회의 한 학생은 "함께 학교에 다니다가 졸업하는 친구들도 서로 스펙을 확인하는 게 요즘 세태"라며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려고 1학년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어서 요즘은 4년 만에 졸업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했다.
마지막 학기에 일부러 F학점을 받아 '펑크'를 내거나 학점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논문을 내지 않아 졸업을 미루기도 한다.
기업들이 졸업생보다는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하는 데다 '무적(無籍)상태'라는 불안감까지 겹쳐 대책없이 학교를 떠나면 취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홍대는 이 같은 '미졸업자'가 작년 2월 1천22명, 올해는 1천124명이나 된다.
연세대 국문과 장주영(30)씨도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뤘다. 장씨는 "취업이 안돼 한 학기만 남겨두고 휴학하는 4학년이 많다"며 "대기업이 아직도 재학생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어 한 학기 더 다니며 취업원서를 쓰는 것도 사실상 휴학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홍익대 국문과 김모(24)씨 역시 '마지막 3학점'이 보루다. 김씨는 "상반기에 취업이 안되면 F를 띄워 졸업을 연기할 수도 있다"며 "상경계열 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지만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2월에 졸업한 선배들도 취업이 안돼 초초해 한다"고 전했다.
비싼 등록금에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이 같은 휴학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전체 대학생 330만명 가운데 130만명 정도가 여러가지 이유로 휴학한다. 휴학생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등록금과 스펙 쌓기"라며 "등록금과 교재값 등을 합하면 1년에 2천만원 정도 드는데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고 분할납부도 최대 10번 정도 나눠서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입력 : 10-03-15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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