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공시돼 각 대학 홈페이지 한 켠에 자리잡은 자체평가 보고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대학들의 자율적 질 관리와 책무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해온 자체평가에 관한 대학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학 발전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작업이란 데는 동의하면서도 통계지표 해석의 객관성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대학별 자체평가 활성화는 ‘공동평가’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교과부가 진행하던 기존 대학평가와 각종 지원사업 선정 심사 방식이 방대한 자료를 요구할 뿐 아니라,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잣대로 평가한다는 불만이 컸다. 그러자 교과부는 평가 참여 여부를 ‘자율’에 맡겼으나 미참여 대학이 늘어나 평가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다시 평가 참여는 ‘의무’로 하되 각 대학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 게 자체평가였다.
대부분 대학들은 학내 교수들로 자체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를 진행했다. 대학의 속사정을 잘 아는 만큼 지표 선정과 모형 결정 등 맞춤형 평가방식을 구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평가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같은 등급의 점수를 부여하더라도 대학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인 데다, 애초 목표한 기대치에 따라 ‘충족’과 ‘미충족’이 갈릴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엄종화 세종대 대외협력처장은 "정보공시로 인해 통계 자체는 정확하다. 문제는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인데, 자체평가는 이 부분을 대학 재량에 맡긴다”면서 “대학 본부와 관련 없는 일반 교수들로 평가위원회를 꾸린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준치를 낮게 잡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자체평가의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체평가의 객관성을 보완하는 노력이 뒤따른다. 스스로 비교군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한양대는 전국 최상위 10개 대학 평균치, 숭실대는 언론사 대학평가 20위권 대학, 원광대는 전국 사립대, 동아대는 재학생 1만 명 이상 지방대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정순기 경북대 기획부처장은 “자체평가이긴 하지만, 정량평가 요소들을 기본틀로 해 다른 대학들과 묶어 비교하는 상대평가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규모의 거점국립대,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30개 대학을 비교군으로 설정했다. 1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경북대가 몇 점인지 환산값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위원 역시 학내 교수들 뿐 아니라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했다. 정 부처장은 “교수들을 기본 풀(pool)로 해 외부 컨설팅 효과를 가미한 것”이라며 “대구시와 경상북도에서 인재양성·교육 관련 부서 담당자 한 명씩을 평가위원으로 영입했고, 대학 컨설팅을 맡겼던 곳에서 전문가 한 명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평가요소가 정량평가 쪽에 치우쳐 있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자체평가는 기존 대학평가에 비해 정성평가 요소에 강점을 지녔다. 그러나 실제 자체평가를 진행한 대다수 대학들이 정량평가에 주력했다. 자체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은 기존 대학평가와 유사한 평가틀을 적용한다면 차라리 미비점을 보완해 공동평가를 진행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주로 교수들로 구성되는 평가위원회의 인력 소모도 한 이유로 들었다.
반면 자체평가에 긍정적인 이들은 공동평가 방식이 이미 다른 대학평가에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른 대학과의 비교가 목적이 아니라면 발전전략과 특성화 전략 등 대학 정책을 입안하는 데 충분한 밑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처음 자체평가가 공개된 만큼 좀 더 지켜볼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점수를 후하게 주거나, 특정항목에 편중된 평가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면서도 “자체평가를 진행하면 스스로 대학의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평가를 위한 평가’보다 대학 현실을 파악하고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