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보장' 거짓정보로 입학 유혹
미국 직업훈련대학, 최근 등록학생 20% 증가
비싼 등록금에 질 낮은 고용 … 학생들 줄파산
반면 영국 폴리텍대학은 옥스퍼드 취업률 앞서
최근 경제위기로 미국과 영국의 기술대학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취업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직업훈련대학은 지난 2년간 입학생이 연평균 20% 증가했지만 높은 등록금과 저조한 취업률로 학생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영국의 기술대학인 폴리텍대학은 취업률에서 옥스퍼드대를 뛰어넘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 미국, 직업훈련대학 학생 수 증가…취업엔 큰 도움 안 돼 = 미국 일간지 <헤럴드 트리뷴>은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훈련대학들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구직을 원하는 학생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이들 대학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학비가 비싸다. 비싼 등록금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직업훈련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은 평균 1만4000달러(한화 1500만원)이며 연간 3만 달러(한화 3400만원)를 넘는 곳도 있다.
현재 영리 목적의 직업기술대학은 전국적으로 1400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학교에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 2년간 연평균 20%나 증가했다.
대부분의 직업훈련대학들은 주로 일반대학 강당이나 캠퍼스를 빌려 학생들에게 특정 직업기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2년 학위과정 동안 컴퓨터와 전자 분야를 가르치는 IT 기술학교 입학담당 아만다 월라스씨는 “학교측은 학위가 없으면 취직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입학을 종용한다”며 “4만 달러(한화 4500만원)에 달하는 학비는 졸업 후 고액 연봉을 주는 회사에 입사하면 해결된다고 학생들을 유혹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은 대출금을 갚기에 턱없이 모자랐다”며 “학교측의 기만적 행태에 염증을 느껴 지난 2008년 퇴사했다”고 밝혔다.
‘커리어 에듀케이션 코퍼레이션(The Career Education Corporation)’은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라는 이름의 요리학교를 17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월 기준 이 학교에 등록한 학생 수는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 요리학교는 15개월 혹은 21개월 교육 코스로 4만1000달러(한화 4600만원)를 지불해야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학교를 졸업해도 고액의 보수를 보장받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학교측은 요리 기술을 배우면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 파산위기에 처하는 학생들이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한 뉴 버그씨는 “교육과정을 절반 정도 이수한 후 자퇴했다. 많은 졸업생들이 시급 8달러 정도를 받고 설거지나 테이블 정리 등의 잡일 정도만 하고 있어 충격받았다”며 “학교 담당자는 졸업하면 연간 3만800달러 정도의 수입을 보장하는 요리사 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힘써 주겠다고 하면서 입학토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장도 없이 빈손으로 학교를 떠나 지금은 학비를 낼 때 얻은 빚 1만 달러만 남았다”며 “직업훈련대학들이 학생들을 많이 모집하면 할수록 그만큼 제대로 된 일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파산에 처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틀랜드 르 꼬르동 블루(옛 웨스턴 요리학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이 학교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은 2만1000달러로 나타났다. 시급으로 따지면 10달러에 불과한 적은 액수다.
르 꼬르동 블루 관계자는 “학교를 졸업한 후 얻은 첫 직장 평균 연봉만 보면 낮은 액수로 보일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학생들의 연봉만으로 문제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기술학교에 들어갔던 제프리 웨스트(2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9개월 과정의 등록금은 3만 달러에 달했지만 학교측은 졸업하면 연간 5만~7만 달러의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고 웨스트씨를 설득했다.
웨스트씨는 “취업률이 90%에 이른다는 학교측의 말만 믿고 등록했다”며 “졸업 후 1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자동차 분야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그는 매월 600달러 정도 청구되는 학비를 갚기 위해 시급 12달러짜리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직업기술학교 졸업생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포틀랜드 르 꼬르동 블루의 최근 3년간 졸업생 파산율은 12.5%로 미국 교육부가 집계한 평균 졸업생 파산율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 영국, 폴리텍대학 취업률 옥스퍼드 크게 앞질러 = 미국과 달리 영국은 폴리텍대학의 취업률이 명문 대학인 옥스퍼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텍 대학은 4년제 과학기술대학·공과대학 성격으로 특정 산업과 연계돼 전문화된 기술교육을 제공하지만 그동안 학문적으로는 종합대학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영국의 대학별 실업률 통계에서 2개의 폴리텍대학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에버딘에 있는 로버트 고든 폴리텍대학은 졸업 6개월 후 실업률이 2.1%로 가장 낮았다.
역시 폴리텍대학인 에든버러 네이피어의 실업률은 3.2%로 간발의 격차를 보였다.
2개 폴리텍대학의 모든 과정은 입학부터 특정 산업과 연계된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로버트 고든대는 북해의 정유산업과 관련을 맺고 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최고 명문인 옥스퍼드대의 실업률은 7.4%로 이들 폴리텍대학에 비해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경제위기로 옥스퍼드대 졸업생이 선호하는 은행·로펌·컨설팅 업종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고용시장에서 이 대학 졸업생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체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8.4%를 기록, 폴리텍대학의 취업률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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