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잘 가르칠까’ 고민하는 대학
학부교육지원사업 신청서 제출 앞두고 TF팀 등 구성
전공·교양·인성 등 분야별로 전략 세우며 역량 총동원
‘부익부 빈익빈’ 우려 … “연구중심대학은 배제돼야”
최근 정부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학부교육 지원사업)’이 대학가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학부교육 지원사업은 정부가 학부교육 역량이 뛰어난 이른바 ‘잘 가르치는 대학’ 10여 곳을 선정, 대학별로 연 30억원씩 4년간 총 12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금 규모가 커 대학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학부교육이 우수한 학교로 인정받음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다음 달 초 사업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최근 현황 정리·계획 수립·보고서 작성 등에 최선의 노력을 쏟고 있다. 더불어 사업 신청을 준비 중인 대학들은 정부가 지혜로운 평가로 교육 내실이 탄탄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교를 엄선해 지원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내놓고 있다.
■TF팀·위원회 등 구성해 역량 ‘집중’
학부교육 지원사업 신청서 제출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최근 사업 선정을 둘러싼 대학들의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대다수 대학들은 학부교육 지원사업 신청 준비를 전담할 TF팀·위원회 등을 조직해 밤낮 없는 회의·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해 온 대학들은 일찌감치 현황 정리·계획 수립 등을 마무리하고 신청서 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남대는 1년 전부터 진행해 온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을 위한 작업을 바탕으로 이달부터 학부교육 지원사업 관련 TF팀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남대 TF팀은 다음 달 초 교과부에 제출할 사업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개교 당시부터 학부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해 온 한동대 역시 지난해 12월 TF팀을 조직, 약 2개월간 구성원들이 글로벌·전공·교양·인성 등 6개 분과로 나뉜 가운데 회의를 진행해 왔다. 회의를 통해 TF팀이 마련한 사업 계획안은 지난달 말 전체 교수회의에서 발표됐으며, 현재는 신청서 작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대·한동대와 더불어 가톨릭대도 지난해 12월 총장 주도로 ‘학부선도화추진단’을 구성했고, 경남대도 이달부터 별도의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외대도 올해 초부터 교수·직원 총 20여 명으로 구성된 ‘학부교육 선진화위원회’를 두고 학부교육 지원사업 선정 신청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외에 서강대·서울여대·한양대 등도 TF팀을 구성, 학부교육 지원사업 신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대학 관계자는 “꼭 TF팀·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더라도 대다수 대학들이 어떤 식으로든 학부교육 지원사업 신청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원액이 크고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영예도 얻을 수 있어 사업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도 굉장하다”고 밝혔다.
TF팀·위원회 운영과 함께 올해 들어 잇따르고 있는 각 대학의 교육 과정·시스템 개편 역시 학부교육 지원사업을 염두에 둔 물밑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고려대·울산대·인천대·한국외대 등은 강의평가 공개를 결정했고 연세대는 다단계 영어인증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전남대는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전담할 기초교육원을 신설했고 금오공대는 전공과목 이수학점을 기존 65학점에서 90학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각 대학이 교육역량 제고에 전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부터 강의평가를 공개하는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대다수 대학들이 진행하고 있는 교육 과정·시스템 개편은 학부교육 지원사업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서의 의미가 짙다”며 “모든 대학이 진정으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업 목적 ‘바람직’ … “공정하고 지혜로운 평가 바란다”
학부교육 지원사업 선정으로 각 대학이 얻게 되는 효과도 크지만, 사업에 대한 학교들의 관심이 높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대학들은 정부가 교육 분야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학부교육 지원사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정곤 한남대 기획조정처장은 “학부교육 지원사업은 전적으로 옳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돼 나가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 정책·지원이 연구에만 치중돼 있어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을 다하지 못했다. 정부가 학부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대학의 핵심 축도 연구에서 교육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환영했다. 정부의 학부교육 지원사업이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근본적인 힘이 돼 줄 것이라는 말이다.
이성하 한국외대 교무처장도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실제 교육현장이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학 업무의 본질은 연구·교육이기 때문에 교육이 부족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부교육 지원사업을 계기로 ‘어떻게 강의를 잘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라 ‘무엇을 강의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 교육 내용·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대학 교육 발전을 위한 매우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학들은 정부가 보다 공정하고 지혜로운 평가로 지원 대학을 엄선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 상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교육에 대한 열정·발전 가능성 등을 간파해 달라는 것이다.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은 “정부가 사업 신청 대학들을 꼼꼼하게 실사하면서 교육에 대한 리더·교수·직원들의 의지, 준비도, 교육의 진정성·일관성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단 구성이 정말 중요하다”며 “표면적 수치가 아니라 각 대학이 제출한 신청서 이면에 있는 진실을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는 분들로 평가단이 구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 모 대학 기획처장은 “교육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 나와 있는 결과보다는 대학이 교육 선진화를 위해 지금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현재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고 있는 대학은 향후 그에 상응하는 훌륭한 열매를 맺게 될 곳이다. 자라나는 새싹에게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기찬 가톨릭대 기획처장은 “이미 잘하고 있는 대학보다는 잘하려는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새롭게 발굴·성장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고, 조기조 경남대 기획처장은 “소재·규모 등에 상관없이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성실하게 노력해 온 대학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부익부 빈익빈’ 우려도 … 연구중심대학은 배제돼야
각 대학은 학부교육 지원사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하는 한편,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동안 ‘연구중심대학’을 표방, 비교적 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대학들이 학부교육 지원사업에까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성하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그동안 BK21·WCU 등 대규모 지원사업의 혜택이 주로 연구중심대학에 돌아갔다”며 “교육중심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에 연구중심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서울 한 대학 기획처장 역시 “연구중심대학이 학부교육 지원사업 선정을 신청하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연구중심대학들은 이미 각종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 학부교육 지원사업의 혜택은 온전히 교육중심대학들에게 돌아가야 옳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 모 대학 기획처장은 “연구중심대학들이 ‘우리도 교육을 잘한다’며 당당하게 학부교육 지원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이 교육을 잘한다는 것은 단지 전공교육을 잘한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교육중심대학은 전공은 물론, 인성·창의성 등에 대한 교육까지 총체적으로 해내는 대학이다. 연구중심대학의 학부교육 지원사업 신청은 사업의 본질에서 어긋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학들의 우려·비판과 관련, 송기동 교과부 대학선진화과장은 “그동안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규모가 큰 대학들에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학부교육 지원사업에 중복 선정되면 기존 지원 예산을 40% 삭감키로 했다”며 “학부교육 지원사업의 본래 취지가 그간 정부의 지원을 많이 못 받은 중소규모 대학에 혜택을 주는 데 있다. 이 같은 목적을 살려 중복 지원을 최소화하고 학부교육을 내실 있게 잘하는 중소규모의 대학이 최대한 많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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