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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출신고 공개 '고교서열화' 우려
"출신고 공개 큰 의미없어… '역효과'도 예상돼"

정부가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개정안을 16일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신입생 출신고 유형별 현황도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대로 정보공시를 한다면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일반계고 출신 비율이 드러나게 된다. 일부 대학이 우수학생 독점을 위해 특목고생 등에게 유리하게 입학사정을 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대학별로 신입생 출신고를 공개, ‘자정작용’을 통해 다양한 학생을 뽑게 한다는 취지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이창윤 인재정책분석과장은 “정확한 팩트(fact)를 보여준다는 차원의 정보 공개다. 현상을 보여주는 도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수험생·학부모가 지켜본다면 대학도 특목고생 등 우수학생에게만 유리하게 뽑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 반응은 정부 의도와는 딴판이다. 신입생 출신고 공개가 개정안의 취지와는 달리 대학 입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마다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풀(pool)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공개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유영철 사무관은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정보공개 될 사항이라고 본다”면서도 “서울대 입장에선 공개 여부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별도의 논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정석 입학관리팀장도 “기본적으로 정보공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출신고를 공개한다고 해서 대입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겨냥’하지 않은 대학들도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일부 상위권 대학에 초점을 맞추다 정부 정책이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방대의 경우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국대 입학관리팀 김형배 과장은 “출신고 공개는 고교등급제를 부추기는 내용인데,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대학들이 많지는 않다. 주요 대학들이라 관심이 집중됐을 뿐”이라며 “정부의 ‘양성화’ 방침이 능사는 아니다. 출신고 공개는 고교 정상화와 반대되는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경북대 이영섭 입학관리본부장도 “지방대 입장에선 어차피 수험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똑같다. 고교등급제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이 아닌 고교에서 일어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대학별 신입생 출신고 공개는 정부가 추진해온 ‘고교선택제’에 불을 붙일 전망. 이미 고교 평준화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출신고가 공개되면 ‘고교서열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정부 의도와는 달리 상위권대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대해 ‘시각차’를 문제로 들었다. “상위권대에 특목고 출신이 많이 들어간 사실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특목고의 인기는 오히려 더 올라간다”면서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한다고 해서 특목고생을 덜 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지금도 외국어고·과학고·자율형사립고·일반계고 등 알게 모르게 고교서열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출신고를 공개하면 위계는 더 확고해질 것”이라며 “상위권대에 수험생을 많이 입학시킨 고교가 중학생들에게 ‘선택’받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입에서의 출신고 공개가 고등학교 입시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 측은 이에 대해 “출신고 공개는 ‘유형별’에 한정된다. 개별 출신고까지 밝히지는 않아 고교서열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일선 고교들이 대학의 신입생 유치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 입시진학부 등 특별부서를 만들어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홍보전을 벌이는 게 현실”이라며 “출신고가 공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3-25 오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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