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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선발 규제는 시대착오적 발상”
교과부, 기준 강화 … ‘권장사항’이지만 사실상 ‘강제’
지방 사립대 비상 … “문 닫으라는 얘기냐” 가슴앓이

최근 전국 대학들이 2011학년도 신입생 유치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각 대학에 내년도 입시부터 외국인 학생 선발 기준을 강화할 것을 권장, 지방대들의 신입생 충원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대들은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 등에 의한 신입생 부족 현상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해결해왔던 만큼, 기준 강화로 입게 되는 타격이 더욱 크다. 특히 등록금 감면까지 감수해가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왔던 소규모 지방 사립대들의 경우 “기준을 따르다간 학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초의 한국어 교육기관이자 국내 최대인 연세대 한국어학당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유학생들.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교과부 “질 관리 차원” … 수도권·국립大 “적합한 결정”

교과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선발·관리 지침 등을 골자로 한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 요령’을 배포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외국인 유학생 선발 시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을 따라왔던 각 대학들은 교과부가 제시한 일괄적인 기준에 맞춰 해외 학생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표준업무처리 요령에 따르면 오는 2011학년도부터 전국 4년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할 때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또는 영어능력시험 TOEFL 550점, CBT 210점, iBT 80점, TEPS 550점 이상인 학생만을 뽑아야한다. 또 선발 기준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할 경우 일률적인 학비 감면은 지양해야 한다. 교과부는 각 대학의 지침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측정해 대학 공시·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대학 재정 지원으로까지 연계할 방침이다.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평가·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권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적인 것과 다름이 없다.

교과부 글로벌인재육성과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의 질을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유치로 중도 이탈, 불법 취업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 대학의 업무처리를 표준화하고 외국인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유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별도의 선발·관리 기준을 만들게 됐다”며 “보다 많은 대학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대학 평가·재정 지원 등에 지침 준수 여부를 반영키로 했다. 강제가 아닌 권장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교과부 방침에 대해 수도권 대학과 일부 국립대들은 “애초부터 있어야 했던 기준”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모 국립대 관계자는 “교과부의 외국인 유학생 선발 기준이 생기기 전에도 그 정도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선발해 왔다”며 “한국어능력시험 4급은 우리나라 대학 수업을 알아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의미한다. 무리한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서울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았다. 최소한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비교적 우수한 해외 학생들을 유치해왔던 수도권 지역 대학이나 국립대들은 외국인 유학생 선발 기준 강화로 인한 타격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대들 “문 닫으라는 말 아니냐” 반발

외국인 유학생 선발 기준 강화에 대해 수도권·국립대들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가슴을 졸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규모 지방 사립대들은 교과부의 일괄적이고 성급한 기준 적용에 가장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

강원 지역 모 사립대 국제어학원 관계자는 “수준 높은 학생들이 몰리는 상위권 대학들은 상관없겠지만, 소규모 지방 사립대들에게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2년 동안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켜도 한국어능력시험 4급을 맞기가 어렵다”며 “교과부는 권장이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준다니 강제나 마찬가지다. 대학으로서는 결국 교과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전남 지역 모 사립대 관계자 역시 “교과부가 제시한 기준을 갖춘 학생들이 소규모 지방대에 진학하려고 할리가 없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로 가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며 “교과부의 유학생 선발 기준 강화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지역 인재도, 외국인 유학생도 모두 놓치게 되면 지방 사립대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고 착찹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지방 모 사립대 국제교류센터장은 “궁극적으로는 유학생의 질을 관리해야한다는 교과부 방침이 맞다. 하지만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당장 내년도 입시부터 기준을 지키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며 “수도권 대학들이나 국립대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소규모 지방 사립대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교과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평가에서 뒤처지고, 따르면 학생을 충원할 수 없으니 이래저래 죽게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따라 현재 소규모 지방대들은 교과부의 점진적 기준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충청 지역 모 사립대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의 양적 팽창에만 주력한 정부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갑작스런 기준 강화는 정부가 스스로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소규모 지방 사립대들에 대서는 우선은 기준을 완화한 뒤 추후에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을 적용해 주길 바란다. 후발 대학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3-29 오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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