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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학자금 대출의 선순환 조건
박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제는 대출금 상환 … 좋은 일자리 늘려 취업률 높여야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는 경우 어떻게 할까? 부의 세습도 문제지만 가난의 대물림 역시 사회적 문제가 된다. 지금껏 교육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였다. 학자금 대출은 학비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방법의 하나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학자금 대출을 금융권이 학생들에게 대출해 주고 나중에 대출이자와 원금을 받는 거래구조로만 본다면 대출이자를 통한 금융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수익을 올리려면 대출이자를 높이고 상환 시기는 앞당기려 할 것이다. 졸업 후 취직이 되지 않으면 높은 대출이자율, 그리고 원금상환 시기 도래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보다 높은 학력을 위해 학자금 대출까지 받으면서 공부를 하지만, 그 높은 학력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직장이 아니면 취직을 하지 않으려 해서 대출받은 사람이나 대출해 주는 기관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아래 정부차원에서 대출이자율은 낮춰 주고 이자와 원금의 상환시기를 늦추는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도 이러한 조치 중 하나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지원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지금도 대출금리 5.7%에 대해 뉴질랜드의 무이자와 비교하면서 더 낮추자는 논의, 대출자의 군 복무 기간 중 이자부담을 줄어 주자는 논의, 취업 후 상환 시점부터 복리로 계산되는 것을 단리로 계산하자는 논의 등 대출자에게 혜택을 확대하는 추가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왜일까?

국가가 빌려 준 돈만큼의 재원이 확보돼야 하고 상환 시기를 늦추거나 원금을 못 받는 것 모두 재정부담이 된다. 2009년 국가 세입예산은 196조원 정도(이 중 세금은 86% 차지)였고, 세출예산의 경우 교육은 38조원(전체 세출예산의 19%), 사회복지는 20조원(10%)이었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학자금 대출은 1000만원 내외인데 조단위의 돈이 오가는 위의 셈을 보고 재원 때문에 지원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국가 입장에서 보면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하다 보면 그 액수가 클 수밖에 없다. 2008년에는 63만5000여 명 대상으로 2조3486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적지 않은 액수다. 그렇더라도 국가재정 규모 면에서 보면 좀 더 혜택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가가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다. 다만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국가가 재정지원을 늘리지 않는 것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초중교 학생의 무상급식 문제도 그렇고 대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보다 더 우선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출받는 사람들이 제때 대출금을 갚는다면 경제 규모에 맞게 조금씩 지원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국세청이 2월 국회 업무현황 보고 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시행준비와 관련해 소득유형별 상환방안 마련, 징수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도 대출금으로 투자된 재원이 계속해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들어갈 재원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과 관련 있다. 학자금 대출의 성패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제때 학자금을 갚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끊어지면 결국 지원의 확대는 어렵게 되고, 지원을 꼭 해야 된다면 세금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추가적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대학졸업장 따는 데만 급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치열한 대학생활을 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3-29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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