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신입생 이모씨(20)는 처음 학과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당황했다. 전공 강의에 앞서 강의 자료와 참고 서적을 알아보기 위해 학과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게시판과 공지사항이 각종 광고성 글로 도배돼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 관련 글은 3년 전에 올라온 것이 전부였다. 그는 “학교 홈페이지와 달리 학과 홈페이지는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학과 홈페이지는 학과의 얼굴인데 왜 이렇게 방치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인기학과 홈페이지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과 홈페이지는 학교 메인 홈페이지에선 얻을 수 없는 자세한 학과 소개와 교수 프로필, 커리큘럼, 졸업 후 진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해당 학과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비인기학과 홈페이지의 경우 아예 접속이 되지 않거나 전공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고, 교수·학생 간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게시판은 광고성 글이 삭제되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다. 이에 비인기학과 홈페이지도 대대적 개편과 꾸준한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영학과나 법학과 등 주요 인기학과 홈페이지는 강의 자료와 강의록 업데이트, 각종 교내외 행사 정보를 수시로 공지하는 등 학과 행정을 홈페이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게시판도 학내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글을 남기고 토론까지 벌이는 등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비인기학과 홈페이지는 교수 프로필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외대 사학과 홈페이지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학과 홈페이지에 접속해 교수 소개를 클릭하면 ‘홈페이지 사용기간 만료’라는 경고 창이 뜬다. 외부 접속자가 사학과 교수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학과 소개와 개설 강좌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채 걸려 있다. 답사가 많은 사학과 특성상 따로 운영하는 ‘답사 페이지’도 2004년에 올라온 글이 마지막이다. 동문 게시판도 이미 광고성 글로 도배됐다. 특히 취업난에 학생들의 관심이 많을 법한 취업 정보도 지난 2004년 올라온 것이 가장 최근 정보다.
단국대 러시아어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러시아어과 홈페이지에서 교수 소개를 클릭하면 ‘Service temporary unavailable’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교과과정과 연구 활동, 관련 사이트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이 대학 러시아어과에 관심 있는 수험생이 커리큘럼이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정보를 찾고 싶어도 다른 대학 홈페이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편입을 준비하는 한 수험생은 “러시아어 전공에 대해 궁금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커리큘럼이나 졸업 후 진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결국 다른 대학 홈페이지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학교 메인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상당수의 학과 홈페이지가 폐쇄됐거나 업데이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관리 부실은 원주캠퍼스가 두드러졌다. 현재 철학과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영어영문학과와 수학과는 학사 일정에서부터 교과 과정, 동문 게시판까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다. 특히 수학과는 교수 6명의 이름만 나와 있을 뿐 연구실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 연구 분야는 빈 칸으로 남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과 홈페이지가 유명무실한 이유는 무엇보다 해당 학과에서 관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학과 홈페이지 운영에 대한 관리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학과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 정보팀 관계자는 “학과 홈페이지 운영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며 “학과마다 콘텐츠 관리자를 선발해 학교에서 일정기간 교육도 시키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학과 관리자가 책임감을 갖고 운영해야 해당 학과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