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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대학, 스스로 변해라
백완종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 과장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구성원 간 갈등을 겪고 있다. 대학을 인수한 그룹이 대학을 기업식으로 경영하려는 방안에 대해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기업경영을 대학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가? 대학은 기업조직을 포함한 일반조직과 달리, 관료적 권위로만 관리할 수 없는 전문가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교수·학생·직원·학부모·동문 등 다원적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합적 조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간과한다면 어떠한 대학에 대한 변화 요구도 큰 저항을 받으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따라 대학도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재정지원과 제재를 통한 통제 위주의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오히려 대학 간 줄세우기식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대학 스스로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발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기업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경우도 보인다. 외부 전문 경영 CEO가 총장이 돼 경영하는 대학도 많아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과 긴장이 생기고 있다.

교육개방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들은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첨단시설 확보와 우수교수·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해 학교 경영에서도 기업적 마인드가 필요한 현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되고 만다. 지난 1998년 겪은 IMF 경제 환란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춰봐도 최근의 대학은 오히려 더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이 사회에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는커녕 거꾸로 사회의 압력을 내면화하는 형국이다.

명성과 위상을 유지하며 대학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대학 구성원들이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대학 본연의 사명인 우수인재 배출과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는 사회봉사 기능·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의 권위는 스스로 ‘상아탑’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며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 인위적 노력으로 쟁취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대학을 기업식으로 경영하려는 최근의 양태 역시 지양돼야 한다. 구성원 간 합의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학은 기업과 달리 단기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외 유명 대학들을 살펴보면, 단기적 발전지표를 달성한다든지 외연을 확장하는 것만으로 명문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량적 경쟁력 지표나 외형적 성장이 곧바로 그 대학의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가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 경험했듯 조급한 실적 위주의 성장정책은 반대급부로 많은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요구함 또한 기억해야 한다. 대학도 본질적 특성인 다양성을 추구하고 구성원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정량적인 것보다 정성적인 것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정립돼야 한다. 대학 경영도 응용학문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순수학문과 기초학문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최근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이 설파한 사랑, 나눔, 무소유 같은 단순한 메시지가 왜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대학 사회가 본연의 진리 추구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대학이 원래의 역할과 기능에서 일탈하거나 대학의 사명과 본질을 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학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성원들 또한 이를 자각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4-02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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