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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송백헌] 대학 교수 사회, 의식구조 개선 시급
명예교수제, 출신교 임용 등 교수 사회 풍토 개선 필요
대학간 통폐합, 대학 자율권 확보 등 문제 산재해
대학 사회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각과 자성을 통해 그 본질을 되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교육과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대학의 존폐는 대학의 경쟁력에 달려있으며 경쟁력은 대학 본연의 역할수행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지난 30여년간 대학강단에 서오다 3년전 정년퇴임한 국문학자 송백헌 교수를 본지 김우종 주필이 만나 대학과 교수 사회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전망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김우종 = 지방 대학에 오랫동안 적을 두어 오셨는데, 최근 지방 사립대의 경우 모집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이른 대학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재직하셨던 충남대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죠? 국립대는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송백헌 = 결원이 생기기는 해도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지는 못합니다만 충남대도 지역 사립대의 반발을 무릅쓰고 편입학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김 = 충남대와 같은 큰 대학이 편입생을 모집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던 건가요?

송 = 휴학과 자퇴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1~2천명이상 결원이 생기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국비가 아니라 기성회비라는 것이 있쟎습니까?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거든요.

김 = 지방대학의 특성이라고 해야할까요?

송 = 그렇습니다. 중부권에서 제일 큰 대학이라고 말들 하지만 서울로의 편입으로 빠져나가버리는 경우도 상당 수 되는데다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있고 학과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결원이 적지 않습니다. 존망의 위기에 있는 학과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김 = 다른 학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송 = 소규모의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30~40명 정원에 너댓명 입학해 들어와 강의를 받기도 하거든요.

이러한 문제들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호남지역이고 그 다음이 경상지역입니다. 충청지역이 수도권과 이들 지역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죠.

입학정원을 모두 채웠다고 하더라도 3~4학년의 학생 수가 급감해 버리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집니다. 충원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근 몇몇 대학들은 학과간 통폐합이라는 용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자연계열도 그렇고 특히 농학계열의 경우는 정부의 농업관련 정책이 미미하다 보니 전망이 어둡다며 통폐합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분야입니다.

김 = 그렇게 학과간 통폐합이 되면 교수들은 어떻게 됩니까?

송 = 원래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학과간 통폐합이 이뤄진 후 폐과된 학과의 교수는 직위가 해제되는 것이죠.

김 = 교수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텐데요.

송 = 폐과가 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교양으로 전환한다든지 전공을 바꾼다든지 하는 방법을 통해 아직까지는 교수가 통폐합의 결과로 그만두게 된 예는 없었습니다만 원칙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김 = 학과간 통폐합을 넘어서 이젠 대학과 대학 간의 통폐합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송 = 양적으로 대학이 너무 팽창한 게 사실이니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국민 교육 수준 혹은 평균 학력 향상이라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만 내실이라는 잣대를 놓고 보면 달라지거든요.

대학생들 가운데는 대학생으로서의 지적 수준이나 수학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의 질적 수준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죠.

김 = 송선생께서는 문학비평가로서의 활동도 많으셨지만 교육에 일생을 바치고 정년으로 퇴임하셨습니다. 일생동안 머물러 오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며 떠난다면 누구나 많이 서운하겠죠. 아무리 국가로부터 명예로운 훈장을 받고 떠난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명예교수제도라는 것이 왜 있을까요? 아직 교수능력과 연구능력이 남아 있고 건강도 허락한다고 스스로 생각되더라도 일단 퇴직을 했는데도 왜 굳이 명예교수로 다시 강의를 맡고 그대로 학교에 남아있으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송선생은 무슨 말이라도 받아줄 아량이 있으신 분이니까 말씀드려 봅니다만.

송 = 저도 명예교수로서 그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죠. 두가지 서로 상반된 차원에서 얘기가 될텐데요.

하나는 기다리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할 소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년에 배출되는 박사학위자 8천여명 가운데 약 3천명 정도만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리를 얻습니다. 반 이상의 박사들이 실업자가 되는 셈이죠. 이것은 각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입니다.

그런데, 학위 취득후 4~5년의 교육경력을 가진 강사들보다 그동안의 연구경력으로 보나 교수로서의 지도력으로 보나 훨씬 우수한 퇴직 교수들이 적지 않거든요.

게다가 아직 건강에 무리가 없다면 어떻습니까? 65세 정년이 건강의 한계 때문이라면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의학도 크게 발달한 지금 예전의 기준으로 설정된 정년은 맞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실로 보면 많은 젊은 박사들의 적체와 마찬가지로 연륜있는 노교수들의 65세 정년퇴임도 국가적 손실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전공분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자연이나 공학계열에서는 항상 급속도로 변모하는 신기술과 이론을 따라가야할 뿐만 아니라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60세가 되면 스스로 퇴임하려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인문계열은 이와는 좀 다르죠.

그래서 저는 우선 퇴임 후 강의를 5년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학교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5년 중 3년은 교양과목만 맡자고 했습니다. 더 많은 경륜을 필요로 하는 교양과목을 젊은 강사들에게 맡겨 대학교양교육이 신뢰를 잃는 폐단도 없애고 전공과목의 길을 후배들에게 더 많이 열어주기 위해서죠.

김 =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송 = 잘 지켜지고 있는 과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80년대 이후부터 퇴임교수들에게 명예교수로서의 활동 가능성을 열어주다보니 지나치게 수가 불어났고 지방대인 경우 본교 출신 교수가 대부분이다보니 모두 사제지간들이라 전임교수 이상으로 여전히 강의를 놓지 않고 있는 명예교수에게 제자이자 까마득한 후배 교수가 이제 강의를 그만두라고 감히 제언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전임교수들이 강좌를 제대로 못 맡고 퇴임교수가 전임 시보다 더 많은 강의를 맡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김 = 후배 교수들이 기존 연구의 토대 위에 새로운 연구 경력을 계속 쌓아간다고 볼 때 퇴임교수들이 과거의 지식과 연구수준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대학교육 의 질 문제를 자초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송 = 그렇습니다. 후학들의 길을 막는 것이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 심합니다.

김 = 그 점은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서 이와 같은 교수사회의 의식구조가 달라져야죠. 그동안의 학문발전에 대한 공로를 잊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학문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송 = 대학에 따라 좀 다르긴 합니다만, 명예교수 직함을 주는 것에도 병폐가 많습니다. 사실 심사를 엄격히 해야죠. 후발대학의 경우, 교육법상에도 없는 석좌교수제도로 유명인사를 모시는 홍보전략을 쓰기도 하고 어떤 대학에서는 퇴직교수들이 모임을 만들어 대학에 간혹 이기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교수사회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죠. 교육부에서 아무리 고쳐보려고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본교 출신 교수들의 임용문제아닙니까?

서울대만해도 심각합니다. 역사가 깊을수록 유능한 신진들을 영입한다기 보다는 후배나 제자를 끌어들여 안정적인 지위 확보를 통한 섭정의 좋은 방편으로 삼는다든가 학맥이든 인맥이든 형성하고 유지해 세를 늘리는 편리한 방법으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본교 출신 임용 비율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여전히 지켜지고 있지 않는데다가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김 = 충남대는 그래도 다른 대학 출신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송 = 전체적으로 보면 한 30%정도가 본교 출신이죠. 그러나 학과별로 보면 신설된 경우 본교 출신 교수가 없지 않습니까? 기존 학과들 가운데는 80~90%가 본교 출신인 경우도 있습니다.

김 = 대체적으로 대학에서 교수의 남녀비율은 어떻습니까?

송 = 주로 남성위주로 구성되어 있죠. 여자교수는 한 학과에 한두명이거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 교수채용시에는 공고를 통해 업적을 중심으로 뽑지 않습니까?

송 = 그렇지만 교수사회도 워낙에 보수적이라 남성 위주의 구성을 원합니다.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실제로 있죠. 더구나 여교수들은 가사나 육아 혹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공동연구 등에 적극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

김 = 학문적인 수준이나 열의에서 남녀 교수간의 차이가 있나요?

송 = 열의에서는 오히려 여자교수가 더 앞선 경우도 많죠. 남성이 지닌 가족부양의 책임때문인지 근래 대학원 입학생의 80% 이상이 여학생들입니다. 인문분야뿐만 아니라 자연계열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교수들의 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성비가 역전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 대학사회에서 시급히 개혁해야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송 = 교수의 연구에 충분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지원은 학과 중심이어야 하며 교수의 연구에 불편이 없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오우너 총장이 있는 사립대라면 대학 교수의 자율권이 상당부문 침해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임면권이라든지 중요한 모든 결정권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독단적인 형태로 이행되다보니 문제를 문제로 지적할 수 조차 없죠. 대학 개혁 추진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학의 비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송백헌(宋百憲)은 누구인가

1935년 충북 영동 출생

<학력>

1958년 경북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1972년 중앙대 대학원 졸업 (석사)

1983년 단국대 대학원 졸업 (박사)

<경력>

1958년~1968년 강경상고·대전사범·충남고·대전고 교사

1973년~1980년 충북대 사범대학 조교수

1980년~2001년 충남대 문과대 교수

1989년~1994년 한국대학신문 논설위원

1991년~현재 한국문인총연합회 회장

1992년~현재 현대소설연구회 부회장

2001년~현재 충남대 명예교수

<저서>

1977년 西浦家門行狀

1985년 한국근대역사소설연구

1989년 진실과 허구

1995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공저)

<상훈>

1989년 대전시문화상(문학상)

1992년 교육부표창장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3-05-28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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