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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재단이 총추위원 선거 개입”
교수들 의혹제기 … 특정인 지지 종용
“교수위원까지 재단이 장악? 답답하다”
“투표 전날 동료 교수로부터 ‘누구 찍어라’라는 내용의 전화를 여러 번 받았어요. 재단측 교수를 뽑으라는 거죠. 재단이 측근 교수들을 통해 부정 선거운동을 한 겁니다.”

이화여대 재단이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교수위원 선출과정에 부정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의 총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이화여대 교수들의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이화여대 재단은 총추위 교수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교수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권은 이화여대에 재직한 지 2년이 넘은 전임교수에게 주어졌으며, 투표를 통해 총 14명이 위원으로 뽑혔다. 당초 재단에서 정한 대로 교수위원 중 3명은 의전원에서, 나머지 11명은 각 단과대에서 선출됐다.

이화여대 한 교수는 “재단의 일방적 총장 선출방식 변경으로 총추위원이 없는 단과대까지 생겼다. 의전원에만 3명의 인원을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침”이라며 “재단 이사 중 전 의료원장이 있다. 의전원에 대한 별도의 배분은 재단이 총추위 교수위원들까지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기 위해 계획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 같은 분석에 한층 힘을 실은 것은 의전원 외 11명의 교수위원 선출에도 재단이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다수 교수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총추위원 투표 당일부터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홈페이지 등에는 “교수위원 선출에 앞서 재단이 부정 선거운동을 벌였다. 재단이 개입된 총추위는 믿을 수 없다”는 고발·항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투표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개표장 근처에서 재단 측근으로 알려진 A교수가 자신이 총추위원에 선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환호하며 사라졌다. 이 때 A교수를 보며 동 단과대 교수가 ‘여덟 번이나 전화를 받았어요. 어찌나 집요한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며 “투표 전날, 상당수 교수들이 재단 측 교수들로부터 암암리에 투표에 관한 메시지·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재단이 측근 교수들을 활용해 총추위원 선출에 부정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 역시 “재단측 교수들이 총추위원 선거를 앞두고 전화·이메일·회식·인맥 등을 총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재단은 총추위원 선출에 부정 개입해 교수들의 눈을 흐리고, 될 만한 사람의 표를 빼앗았다. 투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모 단과대 학장은 ‘이사장이 직접 불러 선거운동을 하라고 시켰다. 재단측 교수는 지지하도록, 다른 교수는 떨어지도록 만들라고 했다’고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더라”, “총추위원 투표에서 ‘재단측 요원’들이 최다 득표자들로 포진했다. 선거운동을 대체 얼마나 했으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겠는가” 등 총추위원 선출에 재단이 부정 개입했다는 증언이 교수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이화여대 내부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총추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원 소속 한 교수는 “불법 선거운동을 통해 선출된 위원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재단과 측근 교수들의 집단적 부정행동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도 “총추위원 상당 수가 재단 측근으로 구성됐으니 총장도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겠느냐”며 “떳떳하지 못한 경로로 선출된 총추위원들은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사퇴하는 게 옳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투표’라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재단의 총장 선출방식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화여대 한 교수는 “우리 교수들은 주체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재단의 부정 개입이 있었다 해도, 교수들 스스로가 선출한 대표인 만큼 존중해 줘야 한다”며 “재단측의 불법 선거운동으로 포커스를 좁혀서는 안 된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총장 선출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이화여대 재단은 교수들과의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총장 선출방식을 변경, 내부 인터넷 사이트 등에 공지했다. 재단이 제시한 총장 선출방식은 표면적으로는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재단이 이중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간선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재단은 총추위 구성, 후보 지원 자격 등 세부 사항들을 대폭 변경해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수들이 행사할 수 있었던 실질적 영향력을 거의 없앴다. 대신 재단의 힘은 한층 강화해 사실상 ‘재단 임명제’에 가까운 총장 선출방식을 내놨다.

새로운 총장 선출방식에 대해 이화여대 교수들은 수정안을 제시하며 반발했으나, 재단은 어떠한 의견도 표명하지 않은 채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재단은 총추위 구성을 기존 ‘교수 73명·직원 2명’에서 ‘교수 14명·법인 추천자 7명·직원 2명·동창 2명’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에 맞춰 총추위원 선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또 총추위 교수위원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교협 소속 모 교수는 “지난달 중순 재단에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 한 마디의 답변도 듣지 못했다”며 “이달 초 총추위 중 교수·직원·동창위원 선출이 마무리됐다. 비슷한 시기에 법인 추천자 역시 재단이 알아서 결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4-19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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