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이라크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면 극동지역에서는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채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나누고자 국제 안보 전문가인 김점곤 경희대 명예교수를 본사 이인원 회장이 만났다.
이인원 = 현재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에 의해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명분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점곤 =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 권력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 역량은 막강해졌고 덕분에 전세계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현격하게 그 차이를 벌려 놓았습니다. 미국의 국력이라는 것은 일반 국가들의 그것과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당분간은 미국의 과학 기술을 능가할 국가는 없을 겁니다. 이와같은 하이테크 중심의 부강한 국가인 미국의 힘이라는 것은 엡솔루드 파워(Absolute Power) 자체이며 UN의 질서 속에서 ‘국제법 위반’과 ‘UN 결의없는 전쟁’이라는 식으로 전쟁의 부당성을 외치는 것은 미국의 힘과 권력의 시스템을 생각할 때 이미 무의미해집니다.
이 = 그렇다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미국의 엡솔루트 파워에 도전함으로써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군요.
김 = 미국은 스스로가 세계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파워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재래식 주권국가로서의 충족도 있어야 하는 복합성,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아랍세계의 사담 후세인의 파워는 미국이 보기에 염려스러울 만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앙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감히 미국에 대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미국은 전세계에 대한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유지시키는 것이 곧 세계 안정화를 이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석유자원을 왜 미국이 간섭을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미국이 가진 두 개의 얼굴을 생각하면 됩니다. 세계의 리더로서 안정된 석유 공급을 통해 세계의 번영을 유도함으로써 빈곤국가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세계의 리더로서의 얼굴과 미국이라는 개별적인 국가의 이기적인 석유 야심에서 비롯된 전쟁 촉발의 혐의자로서의 또다른 얼굴이 그것입니다.
이 = 미국의 파워란 것이 이번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 = 그럴 겁니다. 냉전시대 종식에 따라 힘의 균형과 견제가 사라져 버렸고 미국은 절대 강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지 않습니까?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성장성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파워에 대치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가로의 성장이 그렇게 쉽게 기대되지는 않습니다. 이라크전의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파워는 여전할 겁니다.
이 = 이번 전쟁의 원인을 문명충돌론 관점에서 보는 건 어떨까요?
김 = 분명 그것은 일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전모로 혹은 본질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문명충돌론 자체를 가상적 지도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 = 두 종교 즉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응전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십자군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기독교군의 원정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아랍인들은 그들의 기억속에 확고히 새겨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이 강화되면서 종교적 상처가 된 것입니다. 아랍인들의 기독교인에 대한 적개심은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같은 잠재적 적개심을 폭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최근 부시의 십자군 발언과 같은 것입니다. 큰 실수를 한 것이죠. 당분간 현실적 대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종교적 갈등의 불씨를 꺼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은 미묘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식량과 의약품을 공격 대상 국가에 지원해 주면서 전면적인 공격 또한 멈추지 않는 전쟁입니다. 이것이 바로 엡솔루트 파워로서의 부담인 것이죠.
이 = 새로운 전쟁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첨단 무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지상군의 필요성이 상당히 큰데요. 군사안보 전문가로서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 = 그것은 전쟁의 특성입니다. 보병이 점령을 해야 정치적 승패가 판가름 나는 것이죠. 바그다드로 지상군이 들어가 중심부를 점령하고 적대적 정치요인을 제거하는 작업과 동시에 전쟁 복구 지원작업과 새로운 정부의 구성을 돕는 작업 등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고도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치전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이 =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두가지의 실수를 범했다고 말들 합니다. 우선 이라크의 전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첨단 무기에 대해 과대평가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이쯤에서 베트남전의 패인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집중 폭격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은 호치민의 전력이란 것이 단순히 하노이의 군사시설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전력의 실체라는 것은 다름아닌 민족주의로 조직화된 인민전선인 거죠. 이라크의 사령부만 공격하고 제거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첨단무기가 아무리 정확하고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지녔다한들 사막의 모래 폭풍속에서는 단지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이 = 이번 전쟁이 베트남전의 재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십니까?
김 =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프랑스와 독일을 크게 원망할 겁니다. 사막의 모래 폭풍시기까지 전쟁이 미루어지면서 전쟁 초기의 고전에 이어 장기전으로 가게 될 것에 당혹스러워하는 미국은 이것이 나토(NATO)의 보이콧 때문이라고 생각할테니 말입니다.
이 = 소위 엡솔루트 파워로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김 = 네.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랍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습성이 있습니다. 사막의 독특한 법칙이라도 봐도 좋습니다. 배신과 배반이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포기하거나 진다는 것은 이미 버림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특수한 민족에게 엡솔루트 파워가 수월하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 국내 문제로 방향을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이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공병대와 의무대 파견을 국민적으로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자 미국은 내심 놀랐을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파병을 하겠다고 공표했고 또한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와 같은 국익은 동맹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이같은 공유를 못해서 동맹이 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토동맹도 프랑스가 나토본부에 대해 파리시에서의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브뤼셀로 사령부를 옮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맹에서 아직 탈퇴한 상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EU도 느슨한 연방으로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전쟁을 연속선상에서 생각해야 할까요?
김 = 미국의 시각은 북한이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 악의 축이라 해서 이란, 이라크와 함께 3개국을 동질적으로 묶어놨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반미적인 것은 북한의 김정일일지도 모릅니다.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개할만큼 어리석기도 하고 말입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북한이나 미국이나 다같이 부담을 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일관적이지 못한 처사로 시작된 핵 문제라는 점에서도 벌써 다루기가 쉽지 않아졌고 게다가 아무런 사전준비작업도 없는 상태거든요. 이라크와는 양상이 또 다르죠.
이 =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김 = 평화 시나리오를 위해 중국이 앞장서고 러시아가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할 겁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의 경제는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기본 외교 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 핵 문제의 확대를 막는 것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가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사오고 파카스탄이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고 하는 방식으로 핵은 대립할수록 확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만 해도 핵연료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적절한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 능력도 탁월합니다. 대만이 핵을 가지면 중국은 부담을 안게 됩니다. 국가간 견제와 대립은 이렇듯 위험을 가중시킵니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해서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북한을 결국 미국이 공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 앞으로 전세계의 평화유지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질까요?
김 = 미국의 이른바 팩스 아메리카(Pax America)를 거부하는 세력들은 유럽을 포함해 각 지역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합리적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경제효율이라는 것으로 일단락됩니다. 경제효율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평화가 모색된다는 것이죠. 힘의 논리라고는 해도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의지에 반한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을 힘으로 제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점곤(金點坤)은 누구인가?
1923년 광주 출생
<학력>
~1946년 육군사관학교
~1947년 서울대
~1972년 경희대 (법학박사)
<경력>
1961년~1962년 국방부 차관보
1962년 육군소장 예편
1962년~1984년 경희대 경영행정대학원 원장
경희대 부총장
1987년~현재 사단법인 평화연구원 원장
1988년~현재 경희대 명예교수
<저서>
한국전쟁과 노동당전략
한국동란
<상훈>
태극무공훈장
미국은성무공훈장
국민훈장 모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