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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로스쿨 법대 구조조정 바람
국민대·숙대 법대정원 감축, 지방은 ‘학문’ 접고 ‘실용’ 선택
“25개 대학 로스쿨 위주로 법학 재편...학문적 다양성 실종”
기존 로스쿨서도 법 기초학문은 푸대접...‘법학 위기’ 우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인가받지 못한 대학의 법과대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방에선 법대가 경찰직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과로 개편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로스쿨 비인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법학 전체의 위기’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권 법대도 구조조정=국민대는 최근 2011학년도 법과대학 입학정원을 160명에서 14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160명도 2009학년도의 200명을 감축한 것이기 때문에 본부의 이번 결정에 법대 교수들의 반발이 크다.

국민대 본부는 이에 대해 로스쿨 인가 시 증원했던 부분을 원상태로 환원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종열 교무처장은 “로스쿨 인가 신청 당시 늘렸던 정원을 다시 환원하는 것”이라며 “로스쿨 인가 실패 시 이같이 하기로 약속됐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물론 국민대 법대정원은 로스쿨 인가 신청을 기점으로 정점을 이뤘다. 2007년 이전까지는 입학정원이 120명이었으나, 로스쿨 신청 당시 200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대 내에선 이에 대한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64년 전통의 법과대학이 더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 인가 실패 이후 법대 정원이 계속 줄고 있다”며 “법대 내에선 이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숙명여대도 최근 법과대학의 정원을 감축했다. 기존 입학정원 198명을 내년부터 150명으로 줄이기로 한 것. 이는 숙명여대가 전체 학과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대학 전체의 입학정원이 2200~2300명인 데 비해 법대 배정 정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숙명여대의 경우는 로스쿨 인가를 염두에 두고 법대 정원을 늘리진 않았다. 공대와 의대가 없는 대학 특성상 법대를 정책적으로 키워온 것이다. 90년대 초반 40명이던 입학정원이 법학부로 확대되면서 100명으로, 이후 200명 규모로 확대된 게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법대에선 이번 정원 감축에 대해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이욱한 법대학장은 “전체 입학정원에 비해 법대 정원이 좀 많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으면 교원 수도 늘리기 용이하고, 이는 로스쿨 추가 인가를 위해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정원 감축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방 사립대는 ‘학문’ 접고 ‘실용’ 선택=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그나마 서울에선 로스쿨 추가 인가에 희망을 걸고 법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포기한 지방대학은 실용위주로의 학과개편이 한창이다. 정용상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동국대 법대학장)은 “전국 97개 법과대학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상당수 지방대들이 ‘법대’ 간판을 내렸다. 순수 법학 보다는 경찰직 등 공무원을 준비하는 ‘실용’을 택한 것이다. 계명대 법정대학은 로스쿨 탈락 이후 경찰직·일반행정직·법원교정직·행정고시 등 4개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신입생 때부터 진로를 정해 이 가운데 하나의 트랙을 택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광주대는 2005년 일찌감치 법정학부를 경찰·법·행정학부로 바꿨다. 지역 경찰청과 협정을 체결하고, 경찰공무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라대(법행정경찰학부), 중부대(경찰법학과), 한국항공대(항공우주법학과), 호원대(법경찰학부) 등도 일찌감치 로스쿨 유치를 접고 경찰 등 공무원 양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로스쿨 위주로 재편되는 법학=대학가에선 이런 현상을 우리나라 전체 법학이 로스쿨 위주로 재편되는 시발점으로 분석한다. 로스쿨을 유치 못한 법대의 구조조정이나 실용 학문으로 개편되는 법대가 향후 ‘법학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욱한 학장은 “우리나라 법학이 로스쿨 위주로 재편되는 데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현재 로스쿨에서도 법철학 등 법의 토대가 되는 학문이 외면 받고 있는데, 로스쿨 비인가 법대마저 축소되면 학문적 다양성이 확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목을 매는 로스쿨 내에선 공법·민사법·형사법 등 변호사시험 기본 과목에 집중한다.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등 기초과목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학이 25개 대학의 로스쿨 위주로 개편되면, 학문적 발전은 차치하더라도 기초학문영역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이런 우려감은 로스쿨을 운영하는 대학에서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에서도 변호사시험 대비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연구를 할 여력이 없다”며 “변호사시험 과목 외의 학문영역이 죽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 “변호사시험에 해당하는 과목이라도 이론과 시험준비 중심의 과목이 경쟁하면 이론이 죽는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늘리고, ‘변시’ 쉽게 내라”=현 시점이 ‘법학 위기’의 시작이란 데에는 로스쿨 인가 대학이나 비인가 대학이 일정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내놓는 해법은 다르다. 비인가 대학에선 로스쿨 인가를 늘리고,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 도입을 주장한다.

이욱한 학장은 “로스쿨 준칙주의로 로스쿨 인가를 늘리거나 아니면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를 도입해 법조인 배출 과정을 이원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로스쿨 비인가 대학의 법대도 유지되고, 법조 분야 외 법학전공자를 원하는 사회적 수요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준칙주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학이 정부나 변호사협회가 정한 설립기준을 채우면 자유롭게 로스쿨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로스쿨의 무분별한 난립을 우려, 기득권을 가진 대학이나 법조계에서 반대한다.

그러나 로스쿨을 늘리자는 주장은 로스쿨 운영 대학에서도 나온다. 한상희 교수는 “25개 로스쿨로는 법학의 학술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로스쿨 인가를 늘리고, 변호사시험을 쉽게 출제 해 기존 로스쿨에서도 다양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금융계나 기업 법무팀에서도 법학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 법조인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법학전공자의 진출분야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 를 도입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는 로스쿨이 아닌 기존 법대 졸업생들도 예비시험에 합격만 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예비시험제를 도입하면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다니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로스쿨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욱한 학장은 “기존 법대 졸업자도 예비시험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되, 이를 총 합격인원의 10% 이내로 제한하면 로스쿨 제도 자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5-03 오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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