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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학 칼럼
이명학
한국대학신문 논설
[이명학 칼럼]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스승의 마음
이명학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해마다 사범대학 입학생들에게 “세상에서 말(言)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성직자를 제외하고 아마 선생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선생님이란 직업은 위대하고 숭고하다.

‘사범(師範)’이라는 말은 중국 남송 때 고종이 공자의 72제자들을 평가하면서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의 아버지에게 “당신의 아들은 풍도가 특별했다. 공부는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었고, 행동은 세상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 즉 ‘공부는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었고(學爲人師), 행동은 세상의 모범이 되었다(行爲世範)’에서 ‘師’와 ‘範’을 모아 ‘師範’이란 말이 만들어진 것이다.

선생님이 되자면 학문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준까지 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식 전달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진정한 의미의 선생님이 되자면 학문은 물론이고 말과 행동 또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도 엄연히 선생님이다. 그런데 교수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하는 ‘연구자’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자’라는 두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때론 자신이 ‘교육자’라는 것을 망각하고 ‘연구자’인 것만으로 착각해 자신의 말과 행동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최근 대학에서 연구업적 문제로 고민하던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사자의 고민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비극적 선택을 하게 됐을까 싶어 마음이 아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을 곁에서 지켜본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안타까웠다.

특히 입시 위주의 일방적 교육으로 ‘인성교육’이나 ‘사람다운 삶에 대한 교육’이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소홀해진 지 오래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로 자녀들의 친구가 누군지 다 알았고,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오시는 아버님 친구분들 곁에 앉아 세상이야기를 듣거나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모습이나 자세를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했다. 그분들이야말로 생생한 인생의 스승이었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현대 생활 속에서 가정문화는 이미 다 소멸됐으며, 오로지 ‘대학 입학’이라는 큰 화두 앞에 다른 모든 가치는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자신의 의사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자유분방하면서 형식을 싫어하고, 남을 배려하기보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편안함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대학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새삼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학생들을 나무라고 인간다운 도리,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것보다 학생들이야 어떤 인간이 되든지 오직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모범이 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그들의 장래가 우리의 미래임을 생각한다면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나무라고,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학생들이 불러주는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라는 ‘스승의 은혜’를 들을 때마다 과연 우리는 ‘참되고 바르게 살아가라’고 일러준 적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된다.
이명학 칼럼 | 입력 : 10-04-30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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