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사전 개봉 의혹과 도청 논란으로 두 번 무산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이번엔 연장투표까지 하고서도 투표율이 미달하자 뒤늦게 유권자 수를 줄여 투표를 유효하게 하자는 제안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2일 서울대 본부와 총학생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총학생회장 재선거에 총 유권자 1만6천640명의 49.6%인 8천254명이 참여했다.
이 경우 불과 66명이 부족해 개표 조건인 투표율 50%를 달성하지 못해 선거가 자동으로 무산된다.
논란은 상당수 선거본부가 어떻게든 선거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총학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인 명부를 수정하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투표 개시일 전날인 4월19일 기준으로 작성된 선거인 명부 대신 투표 마감일 다음 날인 4월30일 기준으로 휴학생 200여명을 제외한 새 명부를 사용하면 투표율이 50%를 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총학 선관위는 휴학생을 유권자에서 제외하면 4월19일 이후 휴학한 일부 후보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돼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각 선본 구성원들은 이에 선관위를 '선거 무산 세력'이라고 비난했고 결국 선관위원의 절반 이상이 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KX'란 아이디를 쓰는 한 학생은 "선거를 시작하기 전에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를 확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상식 아닌가. 선거가 끝나고 선거권자 명부를 다시 만들자는 게 어디 있느냐"고 했다.
이 학생은 "아직 서른도 안 된 학생들이 60대 정치인을 무색케 하는 일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누가 봐도 투표율 미달이 자명한데 '해석의 문제' 운운할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회과학대 07학번 김모씨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학내외에서 적절성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때 한국 학생운동의 중심축이었던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표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 선관위는 2일 오전 11시까지 개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대 총학 선거는 선관위원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사전에 몰래 열어보고, 한 선거본부가 선관위실을 도청하는 등 문제로 두 차례나 무산됐었다.
연합뉴스 | 입력 : 10-05-02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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