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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대학 재정운영 불가능한가
최근 6개월 동안 매달 ‘공금횡령’ 사례 적발
“내역 공개하고 자체 감시기능 강화” 바람직

최근 일부 대학 교수·직원들의 공금횡령 사실이 연달아 적발되고 있어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학들의 예산 사용처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아 의문을 느껴왔던 학생·학부모들의 경우 공금횡령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교의 재정 운영에 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대학들의 투명한 재정 운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대학 교수·직원 ‘공금횡령’ 잇따른 적발

대학들의 재정 운영을 향한 의문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지만, 최근 교수·직원들의 공금횡령 사례가 연이어 밝혀져 파장이 더욱 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6개월 동안 단 한 달도 빠짐없이 대학 공금 횡령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 대학에서 드러난 공금횡령 사건 중 주요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1: 이달 3일 서울동부지검은 세종대 시설 담당 직원 A씨가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3년여 동안 교내 각종 시설 공사에 투입된 비용을 부풀리거나, 하지도 않은 공사대금을 업체에 지급하는 등의 수법으로 공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은 세종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사표를 내고 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2: 지난달 26일 광주북부경찰서는 전남대 전 조교 B씨가 해당 학과 카드를 불법적으로 써 수 천 만원을 횡령했다는 첩보를 받고 대학을 압수 수색했다. B씨는 지난 2006~2008년 전남대 사회대에서 조교로 활동하며 속칭 ‘카드깡’을 통해 약 26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은 당시 카드 이용명세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전남대는 B씨가 학과 카드로 결재한 금액을 모두 채워넣었고, 현재는 학교에 근무하지 않고 있어 대학 차원의 징계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례3: 연세대는 지난 3월 31일 연구처 직원 C씨를 내부연구비 3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직위 해임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자체조사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허위로 과제를 만든 뒤 해당 프로젝트에 지급되는 인건비를 자신의 수당으로 돌리는 수법으로 산학협력단 공금을 가로챘다. C씨가 빼돌린 돈은 전액 환수됐다.

△사례4: 지난해 12월 8일 서울중앙지검은 국책 연구 지원비 명목으로 지급된 정부출연금 수 억 원을 빼내 유용한 혐의로 한양대 D·E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의하면 두 교수는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산업용 고부가가치 기초 소재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험 장비 거래를 가장하고 거래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총 4억 2000여만 원에 달하는 정부출연금을 빼돌렸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전주지검은 전북 한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가 지차제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70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포착해 불구속 입건했고, 지난달에는 목포대 일부 교직원이 약대 유치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등 각 대학 교수·직원들의 공금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직하고 투명한 재정 운영 ‘절실’

이처럼 각 대학에서 공금 횡령 사건 연이어 발생하자 사회 각계에서는 불투명한 재정 운영, 교수·직원들의 비도덕성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학 재정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서울 양천구 오모씨(57)는 “매 학기 두 자녀의 학비를 내려면 허리가 휘청인다. 그렇지만 ‘설마 이유 없이 비싸게 받겠느냐’는 생각으로 믿고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어렵게 마련해 큰돈을 냈으니 재정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이 됐는지 알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두 자녀가 재학하는 대학 중 어느 곳도 학부모가 원하는 것만큼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는 학교는 없더라”고 비판했다.

경남 지역 모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도 “대학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등록금을 낸 학생들은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투명하고 정직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연세대 재학생 박모씨(23)는 “고가의 등록금 때문에 대다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심한 경우 휴학을 선택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토록 힘겹게 등록금을 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공금을 횡령한 교수·직원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분들도 정말 많은데, 윤리 의식 없는 소수의 교수·직원들이 학생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사회 각계에서는 무엇보다 대학들의 상세한 재정 운영 상황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또 공금 횡령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구조·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최민선 연구원은 “수익금·기부금·법인전입금·예결산 현황 등이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현재 대학은 재정 운영 현황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아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재정 현황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에는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각 대학은 재정이 헛되게 쓰일 수 없는 엄격한 구조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형식에 그치고 있는 내부 감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공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는 물론 윗선들도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 공금 사용에 대한 대학의 내부 감시 기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5-10 오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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