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문화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다. 학과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학과를 섞는 과정도 진행 중이다. 나아가 생산해 낸 콘텐츠를 발전기금 마련에 활용하는 대학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키워드는 ‘융복합’과 ‘실용’이다. 이론만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 기존 학과들을 융·복합하는 한편, 취업을 높이고 수익까지 노리는 대학이 늘고 있다.
아주대는 이번 학기에 인문대학 내에 문화콘텐츠학과를 신설했다. 기존 정보통신대학 소속이었던 미디어학부와 함께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는 2개로 늘었다. 미디어학부가 프로그래머 및 게임·애니메이션·동영상 제작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면, 문화콘텐츠학과는 문화콘텐츠 기획자와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양성한다.
문혜원 문화콘텐츠학과장은 “인문학은 사회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고, 졸업 후 취직도 힘든 게 사실”이라며 “최근 융복합이 활발한 인문학의 흐름을 따르고, 취업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학과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커리큘럼의 목표 역시 한정된 분야가 아닌, 복합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뒀다. 문 학과장은 “기획과 스토리텔링은 문화콘텐츠의 핵심”이라면서 “예를 들어, 박물관을 만들 때 밑바탕에 스토리텔링을 깔아 테마박물관을 만드는 방향을 가르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장 전문가도 영입했다. 콘텐츠기획에 김민규 교수, 스토리텔링에 영화감독인 전윤수 교수 등 전임교수 2명을 채용했다.
아울러 인문학부 4개 전공에서 각각 교수 1명씩 참여해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있다. 성과가 좋을 경우 2012년경 대학원도 개설할 예정이다. 문 학과장은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대학원을 개설해 깊이를 더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실용적 학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인문·예술·경영·디지털기술을 결합한 ‘융복합 문화콘텐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문화콘텐츠창조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위원장에 영입했다. 위원장 밑에 문과대학·예술문화대학·경영대학·정보통신대학 등 4개 단과대학 교수진 10명을 두었다. 올해 말까지 문화콘텐츠 분야 융복합 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융합문화콘텐츠 종합 교육프로그램인 ‘문화콘텐츠스쿨’ 설립도 논의 중이다.
김기덕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러한 작업에 대해 “문화콘텐츠는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분야”라면서 “단일 학과로는 효과를 내기 힘들어 인문학에 바탕을 두고 예술·기술·마케팅을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콘텐츠창조위원회는 이러한 일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태스크포스팀이다. 인문학의 거장이자 ‘디지로그’ 등 학문 융복합 분야 전문가인 이 전 장관을 영입한 이유다.
특히 학기당 3~4과목 정도는 산업체 현장에서 일하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열린수업’을 진행한다. 김 교수는 “단순히 이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실습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론보다는 실습이나 작품 제작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나아가 졸업 직후에 취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문화콘텐츠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대는 지난 3월 ‘KMU 발전협력단’을 출범했다. 발전협력단은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조직이다. 부총장과 총동문사무총장이 공동위원장으로, 모두 16명으로 구성됐다. 기금 마련의 선두에 선 것은 다름 아닌 ‘문화콘텐츠’로, 지난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순수 창작발레 '춘향'이다. 한국문학 <춘향전>을 고전발레의 안무형식으로 재해석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연출했다. 예술대학 내 각 학부 교수진과 재학생, 동문이 무용·무대미술·드라마·관현악·작곡 등 각 분야에 공동 참여했다.
공연을 기획했던 문영 무용학과 교수는 “'춘향'은 단순한 문화공연이 아니다. 음악·미술·공연예술(연극영화·무용) 학부가 하나의 단과대에 속한 국민대 예술대학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복합적 공연”이라며 “연세대나 이화여대의 경우도 오페라를 선보이지만 기존 레퍼토리가 아닌, 순수 발레 창작물을 선보인 것은 국민대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수익에 대해서는 “첫 시도이기 때문에 완성도에 집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동문들이 발전기금을 내는 데 아까워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 첫 시도라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문화 분야, 특히 공연예술은 한 가지 자극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을 한꺼번에 원하는 게 앞으로의 흐름”이라며 “향후 교과과정도 융복합, 콘텐츠 개발에 초점을 둬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