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입학사정관 선도대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 47곳 중 11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도를 실제 적용하지 않고 수능·내신성적을 기계적으로 단순 합산해 1359명을 선발했다. 입학사정관제도를 지원·감독·규율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이러한 대학의 입학사정 통계치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인정했음이 밝혀졌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 규모는 지난해 236억원, 올해는 350억원 규모로 크게 늘어나면서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도 서울대를 비롯해 올해는 107개 대학이 참여했다. 특히 서울대는 전체 정원의 35.4%, 포스텍은 전체 신입생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며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의 보편적 제도로 전환되고 있다. 일부의 조기 정착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감수하면서도 입시제도의 구조적·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일종의 교육혁신을 열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서 일대 모험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로 착수, 가동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학의 행태는 비유컨대 교육개혁 경기(입학사정관제 시행)에 참가한 선수들이 목표에 이르기까지 필사적으로 뛰어도 승리하기 벅찬 경기를 출발지점에서부터 선수 47명(선도대학) 중 11명이 고의적으로 경기규칙을 지키지 않고 속임수로 관중(국민)을 기만했으며 일부는 그 승부의 이해관계자까지도 격노케 했다.
더욱이 이러한 경기의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할 교과부조차 엄정한 평가와 관리를 소홀히 한 채 ‘봐주기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교육개혁과 혁신의 먹구름을 가져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부 대학의 눈가리식 사이비 입학사정관제의 운영사례는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를 퇴색시키고 교육 전반에 부정적 요소를 확산하는 암 덩어리나 다름없다.
이번 감사결과는 진리와 정의를 추구해야 할 대학이 존립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청소년들의 진로개발에 혼선과 좌절을 주었고, 대학·사회·국가에 대한 불신과 가치관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이들 대학의 행태는 곧 국가사회 공동체의 적대행위다. 이러한 중대 사태를 정부가 미봉책에 급급해 엄정한 대응조치, 예방적 행정조치를 소홀히 한다면 향후 입학사정관의 존립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사회적 비용과 후유증, 학부모와 학생의 희생을 초래할 위험이 다분하다.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한 전제요소 중 하나는 학생·학부모들이 입학사정관제의 타당성·공정성, 즉 원칙과 기준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의 열쇠임에도 대학은 안타깝게도 그것을 저버렸다.
교육혁신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입학사정관제의 국민적 신뢰기반과 성공적 추진의 정상적 궤도를 이탈하고 제도의 파괴행위를 자행한 관련 대학은 국민 앞에 사죄의 마음으로 철저히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관계당국도 보다 철저한 검증과정,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 스스로 입학사정관제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인프라 구축과 역량강화를 위한 과감한 행·재정적 투입 등 대학들의 특단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