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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제언]입학사정관제 서두를 일 아니다
김영철(한국교육정책연구원장)
요즈음 대학입시에 도입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우리나라의 고질적 입시 병폐를 개혁할 수 있는 총아처럼 각광받으며 떠오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종전까지 대학 지원생들의 수능성적이나 내신성적 등을 산술적으로 합산해 학생을 선발하던 방식과는 달리 입학사정관이 대학 지원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이런 취지를 잘 살릴 수만 있다면, 점수 위주의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왜곡됐던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동시에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탈피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일석삼조의 쾌거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대학에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도입 그 자체만으로 대학입시와 관련해 발생했던 고질적인 교육문제들이 자연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성취 수준은 물론 미래의 발전가능성을 포함한 잠재적 능력 등을 예측해 평가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의 이런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입학사정관의 확보 여부에 따라 제도 자체의 성패도 갈리게 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고질적 입시 병폐를 시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책대안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권장 정책에 힘입어 대학들이 대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함에 따라 입학사정관 수요도 일시에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성된 입학사정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엄청난 입학사정관 수요가 일시에 발생하게 되면서 입학사정관제 운영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좋은 취지만을 생각하고 입학사정관을 급조해 배치·운영하다가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도리어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충분히 양성한 후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의 확보 여부가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이나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제도이고,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기 위한 여건이나 상황도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전 대학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추진하는 방식보다는 개별대학들이 실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하는 자율화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을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규제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하는 결정이나 입학사정관제의 운영방식 등에 관한 결정 등은 대학에 일임돼야 할 것이다. 대학정책은 기본적으로 대학자율화 기반 위에서 입안·시행되어야 하지만,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자율화 기반 위에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율화 정책을 표방하고 나온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자율화 정책이 크게 진전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 정부 들어 대학자율화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 한국 교육의 고질적 입시 병폐를 시정할 수 있는 좋은 정책대안이긴 하지만, 대학들은 아직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몰아붙이며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가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대학자율화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제도 실시를 위한 여건이나 성숙도 등을 감안하면서 입학사정관제 추진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5-31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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