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가 매년 휴강과 술판으로 얼룩진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술 없는 ‘클린 캠페인 축제’, 지역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나눔 축제’ 등을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양대·한국외대·성신여대·가톨릭대·상명대·순천향대·신라대 등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축제 기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학 축제기간 중에 재학생이 음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학축제가 매년 술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
수도권 A대학은 오전부터 학교 정문에서 장사판이 벌어졌다. 학과별·동아리별로 천막을 치고 각종 음식과 물건을 팔기 위해 학생들이 앞다퉈 손님을 끌어 모으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가까운 한 단과대학 앞은 학과 주점이 지나간 흔적으로 술병과 일회용 접시 등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이 대학 4학년 김모(24)씨는 “학교 축제라고는 하지만 매년 똑같은 술장사가 대부분”이라며 “등록금으로 연예인 데려와서 공연하고 술 먹는 것이 과연 대학축제의 취지를 살리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대학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는 게시판은 축제 기간 중 학과 주점 홍보성 게시물로 도배됐다. 특히 이 대학 한 학과가 붙여 놓은 학과 주점 게시물은 ‘여학생들이 입고 있는 학과 티셔츠 뒷면에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고 그림까지 설명해 붙여 학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이름과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학과 주점을 운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학이 유흥주점도 아니고 그렇게 운영한 수입을 어디다 쓰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축제기간마다 휴강하는 대학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시간강사 김모(42)씨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학생들이 축제기간이라고 대부분 결석한 데다 남아 있는 학생들도 휴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강사는 “이 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축제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결석을 하거나 휴강을 줄기차게 요구한다”며 “대학축제가 예전처럼 의미 있는 행사로 채워진 것도 아닌 술이나 연예인 행사가 전부인데, 전공 공부까지 소홀히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축제가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거나 지역 장애인들이 캠퍼스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
순천향대는 25일 축제기간에 ‘순천향人의 행복한 밥상’ 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손풍삼 총장은 하얀 조리복과 조리장 모자를 갖추고 학생들에게 직접 아침식사를 요리해 제공했다.
손 총장은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 행사에 선뜻 참여했다”며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아침 밥상을 만들고, 반응이 좋은 음식들은 학생식당의 아침 메뉴로 채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인근 복지관에서 직업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지적장애인 학생들이 축제기간 중 캠퍼스에서 ‘사랑의 열매 카페’를 오픈해 음료수 판매를 할 수 있게 했다. 수익금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재활훈련을 하는 데 전액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도 올해 처음으로 축제를 유니세프·월드비전·굿네이버스 등 6개 구호단체와 함께 ‘나눔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 대학 축제에서는 각 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 인형 기부와 제3세계 아이들 돕기 캠페인 등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해 재학생과 축제를 찾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