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 송모씨(26)는 지난 학기 사이버 강의로 수강한 교양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 컴퓨터 두 대를 놓고 시험 시작과 동시에 친구들 3명이 달라붙어 포털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시험문제를 검색한 결과다. 송 씨는 “2~3명이 모여 함께 사이버 강의 시험을 치르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라며 “대부분 학점을 쉽게 받기 위해 사이버 강의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최근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는 대학들이 교양수업은 물론 전공수업에도 ‘사이버강의’ 도입을 늘리고 있지만, 사이버 강의의 한계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학들도 각각의 보완책을 마련하며 사이버강의 부정행위에 대비한 철벽수비에 나서고 있다.
■교양은 물론 전공도 ‘사이버강의’로=영남대는 이번학기 총 63개의 자체 사이버강의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1개 과목이 전공과목이다. 보통 3학점짜리 수업으로 시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건국대도 이번학기 개설한 29개의 사이버 강의 중 12과목이 전공과목이다. 이외에도 전국의 111개 대학이 대학이러닝(e-learning)연합회에 가입, 참여 대학들간 사이버 강의로 학점 교류를 하는 등 대학 내 사이버 강의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취업준비에 바쁜 4학년 학생들에게만 사이버 강의 수강 가능 학점을 늘려주기도 한다. 영남대 수업학적팀 강철구 팀장은 “3학년생은 한 학기 사이버강의를 6학점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데 비해 4학년은 인턴을 나가거나, 취업문제로 학교 못 오는 경우가 있어 인터넷 강좌를 한 학기 9학점까지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이버 강의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기강의를 반복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들과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일방향의 사이버강의는 서로 채팅을 하며 실시간 질문을 하는 쌍방향의 강의로 점차 진화하며 강의의 질도 높여가고 있다.
■시험 부정행위 등 문제점은 여전히=그러나 사이버강의의 ‘진화’에도 불구, 사이버강의 시험에 대한 변별력 문제는 한계점으로 남아있다. 여전히 시험문제를 해킹하거나, 2~3명이 협동해 시험을 치르는 등 부정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
최근 부산의 모 대학에선 인터넷 업체가 사이버 강의의 시험문제를 해킹해 유출하다 형사조치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특정 사이버강의의 시험문제를 요구하는 질문과 이에 대한 자료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2~3명이 협동해 시험을 치르는 방법은 이미 누구나 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됐다.
영남대 이모씨(컴퓨터공학과 4)씨는 “대학이 유비쿼터스 강의를 구현한다며 사이버 강의를 늘리고 있는데, 학생들은 여전히 학점을 잘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이버 강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4년 전 사이버 강의 시험을 볼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협동해서 함께 문제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방법이 사이버 강의 시험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대 한 학생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혼자서 시험을 보면 허무할 정도”라며 “변별력이 없어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해결책 마련에 대학들 고심=이에 대학들이 나름의 보완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출석체크 확인을 위해 15~20분 단위로 팝업창을 띄우기도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을 실시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상의할 수 없도록 시험시간을 단축하고, 문제를 랜덤형식으로 출제하는 등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홍익대는 1~2개 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온라인 강의의 시험을 오프라인 또는 레포트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석체크와 수업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시험은 주말에 학교에 나와 치르는 것. 홍익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가 발달해도 여전히 변별력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시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교수님들도 온라인 시험 방식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수업 대부분을 사이버 강의로 진행하는 방송통신대의 경우도 시험의 30%는 오프라인으로 치르게 하고 있다. 한 사립대 교수학습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이버강의가 교육의 질이나 시험 방식 등에서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는데, 점차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가는 방향으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