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기술교육인증(이하 공학인증)이 전문대학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시드니어코드(Sydney Accord·3년 과정)·더블린어코드(Dublin Accord·2년 과정) 실사단이 영남이공·영진전문대학을 찾았으며, 이달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IEA(International Engineering Alliance) 워크숍에서 심사가 통과되면 관련 국제협의기구인 시드니어코드·더블린어코드에 각각 준회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전문대학도 본격적 공학인증 시대의 막이 열리는 셈이다.
그렇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시범인증을 신청했던 8개 대학·15개 프로그램이 모두 인증불가 판정을 받는 등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문대학협의회는 이에 따라 지난 15~16일 온양에서 ‘공학기술교육인증제 도입과 성공적 운영 과정’ 프로그램을 여는 등 전문대학의 마인드를 다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학인증 전문가들은 커리큘럼의 질을 올리고 2년제와 3년제 교육과정의 확실한 구분을 요구했다.
실습장비 등 외형적인 것보다 공학인증의 본래 목표인 졸업생의 질 관리나 커리큘럼 완성도에 무게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다. ‘국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공학기술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김정수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국제협력위원장은 “교육 선진국은 교육요소 투입량보다 졸업생 역량과 달성도를 기반으로 교육의 질과 적절성을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실험실습장비나 컴퓨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수량 또한 적었다”면서 “그렇지만 강좌당 인원이 적고, 전문인력에 의한 관리, 학생 안전 및 이용의 용이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실험실습 문화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전문대학들이 2·3년제 교육과정에서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 점에 대해 “2년제 엔지니어링테크니션(Engineering Technician) 교육과정과 3·4년제 엔지니어링테크놀러지스트(Engineering Technologist) 교육과정은 교육목표·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3·4년제 교육과정은 대학의 정규 학위과정으로 제공되고, 2년제 교육과정은 대학의 정규 학위과정 또는 직업학교 교육으로 이원화해 수료증을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엔지니어링 테크놀러지스트 교육과정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송태한 대덕대학 교수는 지난해 시범인증을 진행했던 대학의 사례를 거론하며 “정규인증이었다면 거의 모든 학위과정이 인증불가였다. 학칙상의 학위과정 존재가 가장 큰 문제였고, 교육목표, 졸업생 역량 순으로 부족사항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특히 2·3년제 학위과정 차이와 관련해 “졸업생 역량 차이가 분명한 시드니·더블린어코드 회원국들과의 등가성 확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우리 전문대학은 2·3년제 학위과정의 수업연한 장단에 따른 졸업생 역량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에 대해 “3년제 학위과정 졸업생의 진로선택에 있어 가산사항 등도 없는 상황”이라며 “2·3년제 학위과정에 따른 졸업생 역량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시범인증 참여 학위과정의 교과과정을 분석해보니, 각 전공분야별 종합설계 교과목의 성격과 완성도의 설정이 필요하고 이를 교과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는 체계적 이수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해외 선진대학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만의 공학인증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경 동의과학대학 교수는 MTU의 예를 들어 “MTU의 교수진은 특정 분야 박사학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산업 현장경험을 갖고 있다. 이 차이가 본교의 학생들이 배우는 경험이 일반 공과대학 학생들과 다른 이유”라면서 산업계 요구에 분명한 대응과 집중적 교육, 아울러 산업체와 긴밀한 관계 유지에 대해 조언했다. 이와 함께 커리큘럼의 문서화를 비롯해 교수진의 적극적 참여, 학습자의 교육목표 달성에 대한 지속적 품질개선 체제, 수요자 중심 교육 지향, 이수체계의 교과목 포트폴리오 제작활동을 통한 체계화 등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올해부터 11개 전문대학 36개 프로그램에 대한 정규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공학인증을 통과하려면 △교육목표 △졸업생 역량(프로그램 학습성과) △교과영역 △학생 △교수진 △교육환경 △교육개선 등 7개 공통 기준과 △전공분야별 인증기준 등 모두 8개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