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교수 수도권 유출’에 고심
학생 유치 어려운데 우수 교원까지 대거 빠져나가 ‘혼란’
부실한 처우·역차별 등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
최근 지방대 중 상당 수가 교수들의 수도권 대학 유출로 고심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에게서도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져 지방대들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대 스스로가 부실한 처우·역차별 등으로 교수들의 수도권 행(行)을 부추기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자체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방대는 수도권 교수채용 징검다리?
지방대 교수들의 수도권 대학 이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현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데다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지방대들은 절망스럽기까지 한 상태다. 다음은 교수들의 수도권 대학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들의 대표적 사례를 엮은 것이다.
△사례 1: 전남지역 A대에서는 최근 2년간 19명의 교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떠났다. 타 지방대로 옮겨간 경우까지 포함하면 무려 30명 이상의 교수가 유출됐다. 특히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한 교수 중 대다수는 연구·교육 실적이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에 이들의 공백으로 A대학은 큰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같은 지역 B대에서는 최근 3년간 총 2명, C대에서는 4년간 총 3명의 교수가 수도권 행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2: 지난 2007년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법학전공 교수들이 대거 자리를 옮겨 곤경에 빠졌던 경북지역 D대의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법학을 시작으로 타 전공 교수들의 이직에도 봇물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각 단과대에서 최소 1명씩의 교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떠났다는 게 D대 고위 관계자의 귀띔.
△사례 3: 지방 E대는 최근 의·약학전공 교수들의 수도권 대학 대거 유출이 가시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내년 약학대학을 신설하는 전국 15개 대학이 본격적인 교수 초빙전(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E대에서는 그동안에도 매년 우수한 의·약학전공 교수들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E대에서 의·약학을 연구·교육하던 중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한 교수는 총 40여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사례들에서 확인되듯 지방대 교수들의 수도권 대학 유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 내 우수 인재 유출 등으로 정원을 채우는 것도 버거운 마당에 교수들마저 떠나니 지방대로서는 눈앞이 캄캄해 지는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들 중에는 뛰어난 연구·교육 업적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이들의 유출은 더욱 큰 타격을 안겨 준다.
지방 모 대학 교무처장은 “잘하던 교수가 떠나면 그를 대체할 누군가를 다시 뽑고 적응시키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 학교는 연구·교육에 있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학으로서는 손해지만, 해당 교수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땐 수도권 대학으로 가는 게 앞으로의 발전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짜고짜 붙잡기도 어렵다. 씁쓸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교수 스스로가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대가 잘 키워놓은 실력파 교수들을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하는 일도 많다. 수도권 대학들의 이기적 욕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한 대학 교무처장은 “최근 5년 내 임용된 교수들 중 상당 수가 지방대 재임 경력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대학보다 우수한 지방대에서 재직했던 교수도 많다”며 “수도권 소재 대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수 교수 채용에 유리해졌다. 지방대, 특히 지방 상위권대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타까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많은 수의 젊은 교수들이 지방대를 수도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것도 속상한 점이다. 강원지역 한 대학 원로교수는 “요즘은 처음부터 수도권 대학 이직을 목표로 지방대에 들어오는 교수들이 많다”며 “수도권 진출을 위해 연구·교육은 정말 열심히 하지만, 학교에 대한 애정·주인의식이 없어 큰일이 생기면 모르는 채 숨을 죽이곤 한다. 앞으로 학교는 누가 지키고 꾸려 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방대 부실한 교수 처우·역차별 등도 문제
그러나 교수들의 수도권 유출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지방대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부실한 처우, 채용 시 역차별 등으로 교수들이 지방대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교수 연봉이 낮고, 국가 지원에서도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 시 제출한 ‘대학 교수 연봉 현황(2009년 4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정교수 평균 연봉이 높은 상위 10개 대학 중 6곳은 수도권 대학이었다. 반대로 교수의 평균 연봉이 낮은 대학군에는 지방대의 이름만이 가득했다. 더불어 ‘2009 교육과학기술부 주요 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 수혜액이 가장 많았던 10개 대학 중 6곳은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나머지 4개 대학도 KAIST·포스텍·부산대·전남대 등 특성화가 잘 돼 있거나 규모가 큰 거점국립대였다.
지방대에 재직하다 3년 전 서울소재 대학으로 이직한 한 교수는 “지방보다 수도권 대학에 재직하는 게 여러 모로 유익하다. 연구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많고, 처우도 좋은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지방대 스스로가 교수 처우 개선, 연구비 수주 증대 등을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교수들의 수도권 유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방대들의 역차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처럼 우수한 지방대들은 자교 학부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발을 들여놓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지난해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임용된 한 교수는 “고교까지는 전남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마쳤다. 고향으로 내려가 살고 싶어 지난해 전남 한 대학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며 “당시 임용된 사람들 중 상당 수가 해당 대학 출신자였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대들도 타 대학 출신자들에 대한 문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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