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심벌마크에는 학교 머리글자와 전혀 관계없는 ‘IHS’란 문자가 쓰여 있다. 이화여대 심벌마크에는 대문과 좁은 길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자와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대학 학생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각 대학의 심벌마크를 파악하면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심벌마크에는 대학의 이념과 정신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심벌마크를 살펴보면 유독 방패 모양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방패 모양을 쓰는 대학은 계명대·고려대·서강대·성결대·연세대·인하대 등이 있다.
방패 모양의 심벌은 중세 유럽의 가문 표식에서 기원했다.
서강대 한 관계자는 “방패 모양은 고전적 느낌과 전통성을 갖고 있어 학교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벌마크에 대학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식물을 넣는 것도 일반적이다. 건국대는 황소, 고려대는 호랑이, 부산대는 독수리 모양을 넣었다.
건국대 심벌의 황소는 힘차고도 경쾌한 전진을 표현하고 고려대의 호랑이는 용기·결단·민활·위엄 등을 의미한다. 부산대 심벌의 독수리는 웅비·도약·희망을 뜻한다. 한양대 심벌마크를 둘러싸고 있는 꽃은 개나리로,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뿌리내리고 꽃을 피워내는 개나리의 강인한 면모를 닮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명지대처럼 심벌마크에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대학도 있다. 명지대의 심벌마크는 십자가와 왕성한 교육활동을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구성돼 있다. 서강대 심벌마크에는 ‘IHS’라는 문자가 씌어 있는데 이는 그리스 문자의 IH∑Or∑(예수) 모노그람을 다시 라틴문자화 한 것이다. 성결대의 심벌마크에는 두루마리 성경이 그려져 있다.

대학이 상아탑이라 불리는 만큼 학문과 관련된 상징물을 담은 대학도 많다.
서울대 심벌마크는 월계관에 펜과 횃불을 놓고 그 위에 책과 교문 심벌을 배치했다. 펼쳐진 책에는 라틴어 ‘VERITAS LUX MEA’가 적혀 있는데 이는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의미다.
연세대 역시 책과 횃불을 사용했는데 여기서 책은 진리, 횃불은 자유를 의미한다. 이화여대 심벌마크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문이 보이는데 이는 숭례문으로 우리 민족을 대표하고 열린 대문과 좁은 길은 이화여대 교훈인 진·선·미에 도달하기 위한 어려움을 뜻한다.

경희대와 대불대, 한국외대 심벌마크는 글로벌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경희대는 올리브 나무에 싸인 세계지도를 밑바탕으로 심벌마크를 도안했고 대불대는 지구와 지구 위에 별을 넣어 세계화와 오대양 육대주를 시각화했다. 한국외대는 지구의 위도와 경도선을 넣어 글로벌 의지를 표현했다.
이처럼 문장(紋章)심벌을 이용한 대학들도 있지만 문자심벌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가독성을 높인 대학도 있다. 단국대와 중앙대는 기존 문장심벌에서 탈피해 새로운 영문 문자

심벌을 사용하고 있다. 단국대는 영문 이니셜 ‘DKU’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빛을 상징화한 심벌마크를 선보였다.
중앙대는 지난 2002년 개교 84년을 맞아 대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발전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CAU’ 문자심벌을 도입했다.
건국대는 문자로 된 커뮤니케이션 마크(Communication Mark)와 문장으로 된 어솔리티 마크(Authority Mark) 등 두 가지가 있다. 건국대는 두 개의 심벌마크를 상황과 형식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남희 건국대 홍보팀 과장은 “하나뿐이었던 심벌마크를 학교 이미지 제고를 위해 두 가지로 만들었다”며 “나중에 만든 커뮤니케이션 마크는 심플해 홍보 효과가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의 심벌마크는 외적으로는 대학을 상징하며 대학 이미지 확립에 기여하고 내적으로는 대학 구성원의 자긍심 고취와 연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단국대 심벌마크를 디자인한 한백진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예전에는 심벌마크를 배지로 달고 다니며 자긍심을 높였지만, 요즘 심벌마크는 대학 구성원들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며 “대학심벌은 이전처럼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호에 맞춰 디자인돼 노트, 머그컵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