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방중 키워드 중 하나인 봉사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우선 전공과 연계한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봉사활동을 의무화해 필수 커리큘럼으로 지정한 대학들이 눈에 띈다. 별도의 봉사단을 운영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사례도 있다. 수년째 해외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여온 대학들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간의 대표적 방중 봉사활동이었던 농촌현장활동을 벗어나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된 게 눈길을 끈다. 학생 자치단체가 준비한 것부터 대학 본부가 주관하거나 국제기구와 연계한 봉사활동까지 다양하다. 장소와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기존 농·어촌 지역과 장애인 대상 봉사부터 시작해 해외 곳곳에서 언어·문화교육 봉사, 해비타트(habitat) 운동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봉사도 ‘학점 인정’ 전공 연계, 이수 의무화= 전북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봉사활동에 나서 주목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사회봉사’ 교과목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1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의 협약을 통해 전북대 재학생이면 누구나 30시간 이상씩 봉사활동에 참여케 했고, 그 이상의 활동에는 1학점을 부여했다. 봉사활동 과목을 신설해 학점 인정과 함께 이수를 의무화한 것이다.
방중에는 해외 봉사활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올해 여름방학에는 전북대생 250여 명이 13개 팀으로 나눠 몽골·중국·네팔·라오스·인도 등을 찾는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사회봉사를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한 해 3천여 명의 전북대생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학업 뿐 아니라 나눔과 섬김의 봉사정신까지 가르친다는 취지다. 앞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비롯해 봉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대는 전공 맞춤형 해외 봉사활동을 펼쳐 인정받은 케이스다. ‘글로벌 전공 봉사활동(이하 GEM·Global Engagement & Mobilization)’ 지원 프로그램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요소로 명시됐다. 엔지니어링팀, 영어교육팀, 위생팀 등 각 전공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벌이는 내용. 한동대는 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GEM을 3학점짜리 과목으로 키워 전공 학점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EM을 담당하고 있는 한유식 한동대 교수는 전공을 활용한 봉사의 ‘교육적 효과’를 힘줘 말했다. 한 교수는 “교수들이 먼저 현지를 방문, 문제를 발굴한 뒤 학기중 GEM 참여 학생들에게 실험과 개발을 맡긴다. 이 같은 준비를 거쳐 방중에 현지 봉사활동을 떠나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도와주는 봉사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전공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크게 성장하는 기회도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 차원 봉사단 설립… 체계적 운영 나서= 고려대는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봉사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사회봉사단’을 설립·운영해오고 있다. 기수별로 재학생 봉사단원을 선발, 이들을 리더로 삼아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최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가 주최한 전국대학사회봉사담당자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될 만큼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참여 학생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이 차별화된 점으로 꼽힌다. 고려대 사회봉사단 백승도 씨는 “큰 틀만 정해놓으면 학생들이 세부 일정을 기획하고, 직접 준비도 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활동을 사회봉사단이 배후 지원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봉사단원들은 이번 여름방학에 해외에서 한국 문화 소개·교육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영어·과학캠프를 연 것을 비롯해 광양 해비타트 운동에 참가했다.
동국대도 교수·학생·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참사람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는 정기적으로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단 활동을 펼쳐왔다.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중순에는 몽골 바춤버(Batsumber)에 대표단을 보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자비의 숲’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동국대는 내년부터 학생들을 몽골 사막화 방지 현장실습 등 자비의 숲 관련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역시 참사람봉사단이 주관해 내달 1일부터 8일까지 필리핀 리가오(Ligao)에서 야학당 짓기, 담장 보수, 배수로 정화 등의 봉사활동을 벌인다.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박경일 동국대 참사람봉사단장은 “리가오시는 봉사활동에 대한 보답으로 ‘동국대학교 거리’를 만들어준 곳이라 다양한 교류로 좋은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해외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이 봉사정신과 글로벌 마인드를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기구와 손잡고 해외 봉사활동 본격추진= 유네스코와 국제워크캠프기구(IWO) 등 국제기구와 직접 손잡고 봉사활동에 나선 대학들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함께 봉사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셈이다. 영남대는 지방대로는 드물게 이 같은 해외 봉사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영남대를 비롯해 경희대와 홍익대가 유네스코, IWO 등과 협력해 해외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는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배움과 참여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내달 7일 해외봉사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여러 나라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만큼 같은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봉사활동 평가 시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영남대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보라. 그게 바로 글로벌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경일대는 해외봉사·경제탐방·어학연수와 함께 학과·동아리의 특성에 맞는 테마별 해외문화체험단 등 여러 목적의 해외 방문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베트남 해외봉사단, 일본·중국 경제탐방단, 필리핀 어학연수단 등을 통해 150여 명의 학생들이 해외로 나간다. 경일대생 전형찬(27·전기공학) 씨는 “지난해 몽골에 이어 올해는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게 됐다.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외국 친구도 사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