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2일 지방선거는 그동안 여당의 승리로 분위기를 잡았던 언론 보도를 뒤집는 결과로 나타났다. 선거는 과학이라는 가설이 있다. 그러나 선거는 과학을 뛰어넘는 종합예술이다. 우리는 과거 몇 차례의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무엇으로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종합예술의 극치였다.
우선, 이번 선거에선 일부 언론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작위적 여론조성의 확대 재생산에 초점을 맞춘 듯한 언론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가 침묵의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시작하여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국민을 자극하고 실망시켰는가? 언론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선거에 써먹을 이슈에 얼마나 지면을 탕진하였는가? 이제는 몇 명의 머리에서 나오는 여론으로 여론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트위터 등 각종 정보통신 매체가 나날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선거조사는 여론조사의 하나이다. ‘침묵의 나선효과(spiral of science)’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견이라고 느낄 경우, 다수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고립될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돼 침묵을 지키며 다수 의견에 동조해 가는 현상을 말한다. 유권자들은 언론에서 띄워 놓은 분위기에 마음만 공구릴 뿐,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자신의 투표 성향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응답률이 12%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이는 침묵의 나선효과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100명에게 전화하면 12명 정도가 응답을 하였고 이 결과를 가지고 다시 여론을 단단하게 다지려던 언론의 잘못이 컸던 것이다. 즉, 구조적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밤 10시 이전까지만 전화를 해야 하는 조사시간의 한계로 20~30대 의견이 거의 반영될 수 없었다. 반면 선거일인 6월2일 오후 5시까지 조사하여 발표한 출구조사의 경우에는 투표자의 84.2%가 응답했다. 출구조사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투표자들을 대상으로 매 5명씩의 간격을 유지하여 조사하는 면접조사다. 그러므로 최종 결과에 거의 근접한 당선자 예측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조사에서 전화예측조사와 출구조사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조사방법(전화, 면접)이며 그에 따른 조사 불응률의 차이(전화조사 88%, 출구조사 16%)때문이다. 제3회 지방선거(2002년)부터 실시한 출구조사의 결과로부터 전화조사로는 오차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법으로 전화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간편성(신속성)과 경제성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언론(갑)이 조사회사(을)에 요구한 것이다.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MBN의 전화조사는 5월22일부터 5차에 걸쳐 4만2300명에 대해 전화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2~3차례에 걸쳐 2만명 정도에 대한 면접조사를 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한 여론을 밝혀내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휴대폰 전화조사의 법적 제도적 한계 △일반 전화번호 등재률이 전체가구 수 대비 48% 밖에 되지 못하는 점 △인터넷전화 가입이 급등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볼 때, 기존의 일반전화 조사방법은 더 이상 타당성을 잃어 버렸다.
조사의 목적에 따라 시대의 변천에 따라 조사방법 또한 현실에 맞게 보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는 조사방법을 계속한다면 언론과 조사회사 모두에 대한 불신만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