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TV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TV수신료 인상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공방전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1980년에 2500원으로 출발한 수신료는 이명박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 DJ와 노무현정부에서도 KBS의 정치적 독립을 이유로 근 30년간 묶여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한나라당이, 지금은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영방송제도나 상업방송제도가 아닌 공영 방송제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정치적 독립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비교적 선진공영방송이라고 하는 유럽과 일본에서도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TV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맺는 관계는 밀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공정보도 후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수신료 인상을 하지말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청와대와 집권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 시장 그리고 노조 등 사회적 파워집단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야당은 국회가 수신료 인상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정치적 독립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즉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청와대와 여당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지만, 야당과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도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정치적 독립 못지않게 한국의 공영방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도한 광고의존으로 인한 상업주의 경향이다. 그동안 KBS는 공영방송의 상업주의 문제점을 ‘뒷마당에 쓰레기를 모으는 방식’으로 처리하였다. KBS1 채널의 방송광고 폐지는 KBS1채널의 공영화는 유도할 수 있지만, 2채널의 상업 채널화를 야기하여 ‘기형적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수신료보다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공영방송이 외부의 공익성 강화 요구를 충족하고, 내부적으로 경영안정화를 손쉽게 이룰 수 있는 방안이다.
최근 SBS의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으로 인하여 공영방송의 존재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명색이 기간공영방송사이고 지상파방송의 맏형을 자처하는 KBS가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축제를 방송하지 못하여 국민들이 수신료를 내는 공영방송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KBS가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마저 방송하지 못하게 되어, 30년간 유지되어 온 공영방송제도가 실질적으로 와해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다.
정치적 독립과 월드컵 중계문제를 계기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공영방송에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되돌리고, 수신료위주의 고품격 방송으로 상업방송과의 차별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정치권의 공영방송에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돌리는 가장 원론적인 방안은 과거 한나라당이 주장한바 있는 수신료를 한전의 전기요금과 분리고지하는 것이다.
차제에 수신료의 징수를 세무서나 방송위원회와 같은 공적기관이 징수하여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00%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BBC와 NHK는 직접 징수하지만, 수신료와 광고료를 복합하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공영수신료 징수센터'나 재무부가 담당하고 있다.
공적기관이 징수하고, 방송위원회가 공영방송의 재정수요를 합리적으로 산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재정을 통한 국회의 정치적 통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일본과 같이 수신료거부운동을 통하여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제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