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로스쿨이라 불리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연 지 3년째이다.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직도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논란이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로스쿨의 '실무'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법률 서류의 작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필자는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법학교육이며, 그 핵심은 이론적 분석력과 논증능력의 배양이라고 생각한다.
3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배워야 할 것은 먼저 민법, 헌법과 형법의 기초를 익히는 것이고 그 위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여 법률가의 훈련을 하는 것이다. "변호사처럼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것이 로스쿨 3년 과정이다.
기존에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나 학설을 중심으로 하던 강의는 사건의 어느 양쪽 당사자의 입장에서 각각 생각하고 변론하는 내용으로 변화한다. 구체적 맥락을 잃은 학설은 사라지고 다수설과 소수설의 비중차이도 없어진다. 판례도 비판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변호사가 되어 판례를 원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호사처럼 생각하는 법을 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로스쿨은 출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처지여서 쓸데 없는 불평이 되겠지만, 입학총정원제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은 로스쿨의 교육을 왜곡시키는 나쁜 영향을 낳고 있다. 로스쿨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변호사시험을 학교의 커리큘럼과 연결시키지 않는다. 시험은 졸업후 별도의 준비를 거친다. 변호사시험이 합격이 어려울 정도의 시험이 아니기도 하지만, 시험 합격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 다양한 과목과 깊이 있는 공부는 포기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험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강의를 누가 듣겠는가. 지금 제도의 문제점은 내후년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나온 뒤에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도 많은 질문과 토론을 하는 강의를 진행하면 이렇게 해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합리적인 걱정이지만 1학년 때부터 변호사처럼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로스쿨 도입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기에 학생들을 설득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일본의 로스쿨 교육이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된 결정적인 원인도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이 급격히 낮아진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합격자가 없거나 거의 없으니 당연히 로스쿨 간판을 내려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낮은 합격률이 로스쿨 운영에 미쳤을 영향이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어떤 교수가 변호사처럼 생각하기를 소신껏 가르칠 수 있었을까. 학생 역시 졸업후에 있을 시험 공부만 하다가 3년을 보냈을 것임은 불문가지 아닌가.
변호사처럼 생각하기를 가르친 한 학기를 마치면서 어떤 학생들은 맘껏 공부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시헙합격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마땅히 가르칠 바를 가르치되 시험에도 다 합격하게 할 수 있는 강의를 할 수 없을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