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공부해도 글로벌 수준의 박사로 양성되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수 국내 박사 양성 프로젝트다. 그러나 국내 대학과 기업의 해외 박사 선호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과부의 구상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의 문제점과 한계, 대안을 총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
-목차-
<1>대학·기업이 국내박사 양성 걸림돌
<2>국내 대학의 교수임용 실태
<3>우수 국내박사 양성 성공하려면‥
최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필요한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 마음먹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가 ‘국내 박사 저평가→국내 우수 학생의 해외 유학→대학원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수 국내 박사 양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안 장관의 확신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 장관의 확신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대학·기업들의 해외 박사 선호 현상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국내 대학·기업들의 관행이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내 박사 외면하는 대학·기업=#1.서울 소재 한 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석사과정을 마치는 대로 미국 유학을 갈 생각이다. 국내 박사 타이틀로 교수 되는 것이 희박한 현실 때문이다. 유학 비용 등이 걱정되긴 하지만 교수가 꿈인 A씨에게 미국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 지방대에 재직하고 있는 B 교수는 최근 신임교수 채용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우수한 국내 박사 출신들도 눈에 띄었지만 B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미국 대학의 박사학위를 소지한 후보자를 낙점했다. B교수는 “나도 해외 박사 출신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외 박사 출신을 선호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국내 학생들의 외국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학생들의 해외 유학생 수는 12만7000명에 이르지만 외국인의 국내 유학생 수는 4만585명이었다. 특히 미국 대학으로 유학 간 국내 학생은 2006년 4만7554명에서 지난해 5만2178명으로 21% 증가했다.
그렇다면 국내 학생들의 외국행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대학들이 교수 임용 시 국내 박사보다는 해외 박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교과부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50.4%(이공계는 83%)가 해외 박사 출신이다. 반면 일본 도쿄대의 경우 해외 박사 출신은 5.2%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 박사로 교수가 되는 경우는 서울대 박사일 때만 가능하다.
대학들의 해외 박사 선호 현상이 카르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즉 해외 박사 출신들이 교수로 임용되고 이들이 하나의 파벌을 형성, 다시 해외 박사 출신들을 교수 채용 시 선발하고 있다. 결국 해외 박사 출신들만의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는 “국내 유명대학일수록, 최근에는 지방대도 마찬가지로 외국 학위를 과도하게 선호하고 있다”면서 “국내 학위들은 단지 커리어를 돕는 수단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유학 간 선배들은 대부분 교수 하려고 나가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박사를 양성하더라도 기존 학계에 있는 사람들(해외파)이 심사위원이 됐을 때 서울대 박사가 아니면 국내 다른 대학 박사학위자의 실력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학생들의 외국행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박사를 비롯해 해외 학위 소지자를 선호한다는 점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화시대에 기업들이 외국어 능력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임운택 교수는 “기업이 해외 학위자들, 특히 영미권 학위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영어가 된다는 점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이해하기 쉽다고 추측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해외 학위자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학위자들과 실력차가 있다는 근거 없는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기업 인식 개선돼야=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기업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제아무리 정부가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 국내 박사 양성에 나선다 해도 대학·기업의 해외 박사 선호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교과부가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젝트’를 장기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김귀룡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장(충북대 교수)은 “단기간에 대학의 외국 박사 선호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교과부에서 장기 플랜을 갖고 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며 “기업도 국내 박사를 무조건 폄하하는 식의 시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민·송아영 기자 bestjsm·songay@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