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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세종시 원안추진, 사필귀정
이창기 /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명박정부 초기, 소고기파동에서 비롯된 신뢰의 상실이 세종시 원안변경문제로 연결되면서 세종시수정안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신의 결정판이 되었다.

이처럼 참혹한 선거결과를 겪으면서도 겸손하게 민심을 추스르기보다 여전히 국민을 협박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치를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

마치 수정안이 폐기되면 기업과 대학이전은 물 건너 가는 것이고, 과학비지니스벨트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등 마치 세종시 원안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듯한 언행은 국가백년대계를 걱정하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어쨋든 국회에서 세종시수정안이 폐기되는 모습을 보면서 2010년도 사자성어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세종시문제는 한국사회가 정의사회로 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계기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지만 흔히 자신의 생각이 정의롭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있다.

어떤 이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게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정의가 힘’이지만 ‘힘이 정의’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다수의 힘을 얻은 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의는 정직하고 자원이 도덕적으로 배분되어 있는 상태다. 정직하다는 것은 거짓을 용서하지 않고 약속이 잘 지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마치 행정부처가 분리되면 나라가 거덜 날듯이 엄포를 놓고 있으나 이미 과천과 대전에 행정부처가 분리되어 있고, 아직 나라가 거덜 났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도심교통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과천이 세종로 접근에 더 유리하다는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라면 인간관계는 불신에서 출발하게 되고 그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세종시 수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약속파기를 밥 먹듯 쉽게 여기는 사람들로 정의롭지 못하다. 원안은 행정부처 이전과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첨단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유치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그래서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수정안이 나오기 이전에 고려대와 KAIST 등과 유치협약을 체결했고,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 입지도 약속을 받아 놓은 상태며 민간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마치 수정안이 만들어 지면서 대학과 의료기관이 들어오는 것처럼 수정안을 과대 포장해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여론을 조사하는 것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정부는 1년에 300조 가까이를 집행하는 최대의 기업이다. 정부 부처가 이전하면 민간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따라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와봐야 오는지를 알 수 있는 기업과 대학에 특혜를 주어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를 만들겠다는 수정안은 경제위기에 휘청거리는 두바이 같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특히 대한민국을 북한의 무력위협으로부터 수호하겠다는 보수단체들이 북한의 침공에 결정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인구집중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들의 정체 또한 정직하지 못한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 과밀한 수도권은 매일 겪는 교통체증, 환경오염, 비정상적인 주택가격과 매년 치솟는 물가로 삶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의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면에 인구가 빠져 나간 지방은 공동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자원의 배분상태는 바로 잡혀야 한다.

그가 어디에 살든 골고루 잘살고 행복을 느끼는 나라를 만들어야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시골 고등학생들이‘천국보다 먼 서울’이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었겠는가. 지방에 사는 게 낙오자라 여기며 모두 수도권만을 바라보고 산다면 그런 나라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살리는 진짜 백년대계요 국익에 딱 부합하는 일이다.

이제 지난 9개월 동안 전 국민을 갈등과 혼란에 빠트린 소모적 논쟁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게 결자해지의 정치도리다. 그리고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충청지역에 피해를 안겨 준데 대해 사죄하고 사업이 지연된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자족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업과 대학의 이전 등에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7-06 오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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