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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대→일반대 전환 ‘가시밭길’
한밭대·서울산대·진주산대 등 정원감축 불가피
교과부, 박사과정 개설시 교원확보율 65% 제시
대학 이미지·연구력 제고 위해 ‘고육지책’ 불사
대전의 한밭대는 최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일반대학 전환 찬성 여부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일반대 전환을 위해선 학생 수 감축이 불가피한 데, 이를 감수해서라도 일반대 전환을 추진해야 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총 84.5%의 교수가 설문에 참여해 73.1%의 찬성률을 보였다. 반대는 24.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한밭대는 입학정원 159명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반대학 전환 신청서를 이번 달 말 교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명수 기획처장은 7일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일반대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학생 수를 줄여서라도 일반대 전환을 신청할 것”이라며 “일반대 전환에 대한 기본적인 안은 현 집행부가 만들지만, 본격 시행은 새로운 집행부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밭대는 오는 19일 설동호 총장이 퇴임하고, 20일부터 이원묵 신임총장이 공식업무를 시작한다. 이 신임 총장도 “이미 산업·일반 대학 간 장벽은 허물어진 상태”라며 “조속히 일반대학으로 전환해 대학발전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대 80%가 “일반대 전환 추진”=산업대학들이 일반대학 전환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10개 산업대 가운데 한밭대처럼 일반대 전환을 꾀하는 대학은 8곳. 이미 남서울대·서울산업대·진주산업대·한경대·한밭대가 교과부에 일반대학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반려됐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에 2개월간 유예 기간을 주고, 이달 말까지 신청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08년 교과부가 대학 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통해 제시한 일반대학 전환요건은 △교원확보율 61%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55.6% △교사·교지 확보율 100%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특례기간은 오는 2011년 9월 27일까지다. 이는 교지·교사·교원 등 4가지 지표를 모두 100% 충족해야 했던 기존 요건에 비해선 완화된 조건이다. 때문에 이 기간 내에 일반대학 전환을 마무리 지으려는 산업대들이 많다.

올해 신청서를 냈던 대학들이 고배를 마신 가장 큰 이유는 교원확보율 때문이다. 단시간 내에 교수채용 규모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대학들은 정원 감축이란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한밭대도 교원확보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원 감축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도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산업대는 많다. 현재 전임교원확보율이 54%인 서울산업대는 이를 61%로 맞추기 위해 입학정원 372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입학정원이 26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4%가 넘는 감축 규모다. 진주산업대도 입학정원을 100명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편제정원으로는 400명 이상을 감축 목표로 정했다.

◆교원확보율 높이려 ‘정원감축’=서울산업대 김지표 기획처장은 “국가로부터 적정인원(T/O)를 배정받아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 국립 산업대로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발전기금 등으로 뽑은 기금교수도 교원학보율에 포함시켜주지 않는다. 학생 수를 줄이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국립 산업대의 기금교수나 겸임교수를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질 관리’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일반대를 대상으로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4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산업대의 진입 요건을 내부적으로 강화하려는 기류로 해석된다.

박사과정 개설시 해당 학과의 교원확보율을 65%에 맞추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제시된 일반대 전환요건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기준이다. 때문에 서울산업대는 일반대 전환 이후 계획했던 일반대학원 설립을 보류하기로 했다. 한밭대는 박사과정 개설을 앞둔 9개 학과의 교원확보율을 65%에 맞추느라 입학정원(1790명)의 10%에 달하는 159명을 감축키로 한 것이다.

교과부는 대학원 교육 강화를 위해 65%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사인력 가운데 실업자가 많은 상황에서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선 일반대학에 적용되는 요건에 맞춰서 교원확보율 65%를 기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산업대는 특성화된 기능은 상실한지 오래다. 산업체 근로자의 재교육이나 계약학과를 통한 산학협력은 일반대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야간과정 개설도 일반대에 허용됐으며, 전문계 고교 출신은 산업대가 아닌 일반대 진학을 택하고 있다. 반면 ‘산업대’란 부정적 인식이 학생유치를 어렵게 하고, 일반대학원 설치가 불가능해 연구력 제고를 꾀하기가 어렵다.

◆“산업대 차별성 상실...입학·연구서 불이익”=김지표 기획처장은 “이미 산업대와 일반대가 별 차이가 없어졌지만, 산업대학이란 인식이 학생모집에 있어서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취업에 있어서도 일부 대기업에선 산업대 출신을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등 졸업생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초당대 박윤창 기획처장도 “산업대는 본래 산업체 근로자의 재교육이나 평생교육 차원에서 만들어졌지만, 우리 대학이 위치한 곳에는 산업체가 별로 없다”며 “때문에 일반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산업대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우수학생 유치면에서 불리하다”고 밝혔다.

대학의 연구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일반대 전환이 절실하다. 근래 들어 외부 대학평가나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연구 실적’은 중요한 평가지표로 쓰인다. 산업대학으로선 일반대학으로 전환해야 일반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김명수 한밭대 기획처장은 “거의 모든 조건이 일반대와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대학 발전을 꾀하기 위해선 교수들의 연구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정부 연구과제 등을 따오기 위해서도 일반대학원 개설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지표 처장도 “일반대학원을 개설, 풀타임 석·박사 인원이 확보돼야 교수들이 교육·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정원감축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반대학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산업대들은 특례기준이 적용되는 오는 2011년 9월까지 일반대 전환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정원감축을 하더라도 비교적 완화된 조건 하에서 승인을 받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몇 년째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교과부는 ‘고등교육 질 관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 박사과정 개설시 4% 포인트 높은 교원확보율을 적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대학으로 전환하려는 산업대의 요구와 교과부의 ‘질 관리’ 방침이 상충하는 것이다. 일반대학 전환을 추진하는 산업대학들의 ‘가시밭길’ 행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다. <신하영·홍여진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7-07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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