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임기를 마감하는 이장무 총장이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이 총장 재임중 성과를 담은 ‘Vision & Change’란 제목의 자료집이 배포됐다.
◆대학 순위 상승, 재정확충 성과=서울대는 이 총장 재임 기간 동안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다.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는 2006년 63위에서 지난해 47위로 16계단 상승했다. 같은 기간 SCI 논문 편수는 2006년 32위에서 20위로 올라섰다.
국제화 면에서도 진전을 보였다. 외국인 교수 임용은 재임기간 47명에서 211명으로 늘었다. 해외 학술교류협정 체결 대학도 403개교에서 813개교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교환학생등 비학위과정을 포함한 외국인 학생 수는 2090명에서 3760명으로 증가했다.
발전기금 모금은 취임 당시 목표로 했던 30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특히 발전기금 약정건수에서 개인기부 부문이 2006년 19%에서 2009년 60.3%로 증가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장은 “대학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곳인 만큼 대학 총장이라면 대학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총장직에 임했다”며 “취임 당시 서울대 구성원에게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CEO형’보다는 ‘학자형’이나 ‘관리형’ 총장으로 평가받는다. 강한 개혁 드라이브 보다는 조용한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란 얘기다. 그만큼 반발이 큰 부문에선 밀어 붙이기 보단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했다. 대표적인 게 외국어 강의 개설이다. 이날 배포된 자료집은 “2006년 전체 개설과목의 5.5%이던 외국어 강의를 2009년 현재 13.9%까지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는 KAIST·포스텍 등 경쟁대학이 영어강의를 대폭 확대해 온 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영어강의를 하는 교수들에게는 강의시수를 줄여주는 식의 인센티브를 줘 교수들의 영어 강의를 유도했다”며 “또 무리하게 영어강의를 적용하기는 보다는 외국인 교수 채용을 늘려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정책을 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용한 변화를 이끈 그의 스타일은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KAIST가 대학개혁을 주도하는 것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는 아쉬움도 지적된다.
◆“KAIST 그늘에 가려 성과 안 보여”=한 자연과학대 교수는 “KAIST가 대학 개혁을 주도하다 보니 외부에선 서울대가 변화하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KAIST 개혁에 가려 서울대의 변화는 ‘티’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서울대가 대학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기대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간 점진적인 발전은 이뤘지만, 구성원 기대 수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인 셈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교수 철밥통 깨기의 신호탄이 됐던 테뉴어(정년보장)심사 강화도 KAIST 보다 1년 이상 뒤졌다. KAIST가 2007년 테뉴어 심사를 강화, 35명의 신청자 중 15명을 탈락시킨 데 비해 서울대는 2009년에야 정교수 승진심사에서 61명 가운데 28명을 탈락시켰다. 이 총장도 “대학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특히 더 높은 수준에 있는 대학들은 세계 정상권에 올라서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로 개혁이 미진했음을 아쉬워 했다.
이 총장은 발전기금 모금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2006년 1690건이던 기부건수(약정포함)가 2009년 2511건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의 19% 이던 개인 기부액이 같은 기간 60.3%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동문의 기부 액수도 취임 이전(2002년~2005년) 64억원이던 것을 재임기간 541억원(8.4배 증가)으로 올려놨다.
이 또한 서남표 총장이 2006년 1004건에 불과하던 기부건수를 △2007년 2158건 △2008년 3091건 △2009년 3324건으로 올려놓은 것과 대비된다. 특히 KAIST가 100억원 이상의 개인 기부를 잇달아 이끌어내면서 언론에 보도됐던 데 비해 ‘조용한 기부’로 일관한 서울대는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끌지 못했다. “서울대도 열심히 했지만, 정작 외부에선 대학의 변화를 주도한 곳은 KAIST라고 생각한다”는 교수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장무 총장은 4년간 안정적으로 학교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자형 스타일에 맞게 그간 서울대를 내실 있게 끌고 왔다”고 평했다.
이 총장은 오는 19일 이임식을 갖은 뒤 다음 달 정년퇴임도 맞게 된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장은 “그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며 여유를 갖고 독서를 하고 싶음을 내비쳤다. 또 “기후변화나 양극화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