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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수도권 진출 허용해 달라”
지방대, 정비계획법으로 학생 유치·교육 등 ‘역부족’
정부 “서울 집중 현상 막으려면 법 완화·폐지 불가”
수도권에 대학·대학원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신설을 금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지방대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중·소규모 지방대들은 급격한 교육 수요자 수 감소로 생존 위기에 처한 만큼,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으로의 진출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진입 통로를 열어달라는 지방대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지·완화는 현실적으로 불필요·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수도권 진출 규제 ‘장기화’ … 지방대 “죽을 맛”

대학·대학원 등이 인구집중 유발시설로 분류, 수도권 내 신설·이전이 전면 금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부터다. 수도권 내 대학 신설 자체가 금지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방대 분교·대학원의 설립·이전 등도 불가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 2004년 교과부는 법 개정 전 지방대들이 수도권으로 이전, 운영해왔던 대학원들도 수도권정비계획법 상 인구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된다며 철수 조치했다. 교과부에 의하면 해당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원은 대학 안에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위반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총 50여 개 지방대에 수도권 대학원의 본교 복귀·폐쇄를 명령했다. 당시 해당 대학들은 주로 직장인이 많고 교통이 편리한 서울 강남 일대에서 금융공학·국제학·벤처·법무·국제관광 등 전문·특수 분야 대학원을 운영, 대학 홍보·수익 창출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교과부 조치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운영하던 대학원을 2004년 8월 철수했던 Y대 관계자는 “서울 대학원이 성황을 이뤘고 이를 통해 얻게 된 시너지 효과도 상당했는데, 본교로 들어온 이후엔 사실상 운영이 안 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서울에 대학원이 있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는 적막한 산 속에 고립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또 당시 동일한 일을 겪었던 H대 관계자도 “서울에서 운영하던 대학원을 본교로 복귀시키자마자 학생 수가 70%이상 줄었고, 학부 신입생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방대가 서울에서 대학원을 운영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엄청난지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에서 퇴출된 대학들이 받게 된 타격도 심각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 미흡한 교육 인프라 등으로 수도권 진출이 간절한 지방대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 지역 한 대학 기획처장은 “최근 정부가 학생들의 견문 확대를 위해 해외 파견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물론 해외에 나가는 것도 좋지만, 지방대 학생들의 실질적인 견문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서울의 분위기·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옳지 않겠느냐”며 “학부 교육의 현장성 강화를 주목적으로 서울에 분교를 설치하고 싶은데, 법에 가로막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역 내 인재들도 모두 대도시로 유출되고, 겨우 유치한 학생들에게도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니 이래저래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또 경남 지역 한 대학 입학처장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더 늦기 전에 지방대들의 서울 진출 통로를 개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들의 호소에도 교과부는 냉정한 반응이다. 교과부 사립대지원과 관계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근본적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과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지방대의 수도권 진출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지방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의 신설이 공평하게 금지돼 있다. 수도권 진출 규제를 풀어주면 대다수 대학이 앞 다퉈 서울로 올 텐데, 그렇게 되면 지방이 죽게 된다”고 밝혔다.

■‘윈윈’ 유도하고 지방 발전에 투자해야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들은 특성화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수도권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지방대가 수도권 지역 대학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성화 분야로 틈새시장을 공략토록 한다면 대학 간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설명이다.

대구 한 대학 교무처장은 “수도권의 문을 열어주면 대학이 집중돼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대의 수도권 진출은 새로운 교육 수요의 충족으로 받아들여져야지, 수도권 집중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수도권 대학들은 기존 수요를 유지하고, 지방대들은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자들의 요구를 채워주면 된다. 지방대들이 특성화 분야를 들고 나와 새로운 수요를 찾고 충족시키도록 해 수도권 대학과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남 지역 한 대학 교수는 “검증된 교육기관의 시장 진입은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들의 의견에도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과부 사립대지원과 관계자는 “특성화 분야만이라도 수도권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일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다. 지방대에는 있는데, 수도권 대학에는 없는 특성화 분야는 희박할 것”이라며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즉각적으로 생겨난다. 수도권 대학들이 이미 수요자가 원하는 분야는 다 개척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지방대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진출을 규제할 게 아니라, 지방에 대한 정부 투자가 전격 확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에 대한 투자 확대가 지역 발전으로, 지역 발전이 지방대 생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한 대학 기획처장은 “수도권을 묶어서 지방이 잘 살 수 있다는 논리는 엄청난 오류”라며 “특정 지역을 묶을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균형 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7-12 오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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