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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문제 꼭짓점엔 ‘정부’가 있다
책임시수 완화 추세 뚜렷 “강의는 강사에게”
대학 평가, 재정 지원 모두 ‘연구력’에 초점
예산 확보, 사업성격 변화 총체적 접근 필요

5월 말 조선대 시간강사(이하 강사) 서정민 씨의 자살 이후 한 달여, 정부의 강사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놓은 대책은 비정년 강의전담교수 신설로 요약된다. 강사 보수를 전임강사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4대 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개선책’은 이해 관계자인 강사와 대학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강사 논란의 핵심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강사 과다 양산은 대학들의 전임교원 책임시수 완화 추세와 맞물려 있다.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하면서 ‘교육’은 강사에게 맡긴 모양새. 그렇다고 대학만 탓할 수는 없다.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이 연구력 위주로 평가돼 이에 보조를 맞춘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이 같은 구조의 꼭짓점에 정부가 위치하는 셈이다.

■ 교수 책임시수 완화… “강의는 강사에게” = 고려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9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였다. 연세대도 마찬가지다.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등 직급에 관계없이 책임시수를 완화했다. 이들 대학 뿐 아니라 최근 주요 대학들은 교수들의 책임시수를 줄이면서 연구 실적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비정규교수노조)에 따르면 대학가의 전임교원 책임시수가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교수들의 줄어든 강의 부담은 고스란히 강사의 몫으로 넘어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강사는 교양수업 강의의 51.2%를 맡았다. 전체 대학 강의의 36%를 담당했고, 전공수업의 경우에도 31.9%를 강의했다. 교수 책임시수를 낮춘 만큼 강사 비율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본부 산하에 기초교육원 또는 교양교육원을 만들어 강좌 개설권과 재임용 권한을 주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 학과회의에서 결정하던 핵심 사안들이 이관된 것이다. 관리해야 하는 강사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정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은 “책임시수 완화는 연구력을 올리겠다는 의도”라며 “그만큼 강사 비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도 “연구중심대학에 규모가 큰 대학 아니면 교수들의 책임시수를 줄이는 것은 상당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면서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연구 업적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연구력 위주 재정지원·평가’ 구조적 문제 = 강사와 대학이 각각 정부 대책을 ‘개악’이라 비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근본적 대안 마련보다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와 연계시키는 ‘꼼수’를 부렸다는 게다. 강사들은 비정년 강의전담교수를 교원 확보율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을 꼽는다. 대학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교과부가 최저 기준 강사료 단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평가 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 연계로 대학들의 운신 폭을 좁혀놓고, 연구력 위주로 평가를 진행한 게 강사 문제 심화의 결정적 연결고리였다. 이렇게 되자 대학 내부에서도 포커스를 연구력 강화에 맞췄다. KAIST를 필두로 한 교수업적평가 개선, 승진 요건 심사 강화 등 대학가의 개혁 드라이브도 대부분 연구 실적 제고와 동의어였다.

반면 최근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교수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다. 고려대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한 학기 강의평가 점수가 최고 수준일 경우 가산점은 5점, 반면 저명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될 경우 가산점은 80점이다.

한마디로 연구에 올인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호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 평가가 연구 실적 위주라 대학 입장에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고려대 경영대학은 3~5년 강의를 않고 연구만 하는 조건으로 교수를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대학판 비정규법’ 대신 총체적 대안 필요 = 교과부가 내놓은 강사 지원대책은 ‘대학판 비정규직 법안’에 가깝다. 비정년 강의전담교수의 교원 확보율 포함은 대학들의 비정년 트랙 채용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그나마도 국립대에 한해 2000명을 우선 뽑는 내용이라 강사 일부에 대한 대책에 그친다. 사실상 ‘일부 포섭, 다수 배제’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 대책의 성격을 띤다.

교과부는 이를 대학과 강사 간 문제로 한정짓는다. 지난달 23일 고려대에서 열린 ‘대학 시간강사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교과부 박주호 대학지원과장은 “결국 대학이 강사를 채용하지 않으면 교원 지위 확보도 소용없다”면서 “비정년 트랙에 강사들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 대책”이라고 주장해 이 같은 관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대편에선 총체적 대책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같은 자리에서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은 “근본적 해법은 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확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그간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으나 최종 통과된 적이 없다”며 “대학과 강사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관계 부처 협의를 포함한 예산 확보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재정 확보가 어렵다면 재정지원사업 성격 변화에 주목할 수도 있다. 최근 발표된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 한 사례다. 연구 뿐 아니라 교육에도 재정 지원이 필요함을 입증했다. 대학 총장들 역시 이 사업의 예산 확대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교육 인프라 관련 예산이 확보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강사 양산 둔화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7-12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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