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되는 곳에 대학이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른 ‘온도 차’도 존재한다. 수정안 부결로 쟁점이 된 세종시와 본격 개발에 나선 새만금 군산 경제자유구역(이하 새만금)이 대표적 사례다. ‘유치 경쟁’과 ‘입주 경쟁’으로 비치기도 한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따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유치와 연계해 서울대 연구기관 이전을 노리는 경기도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세종시와 새만금에 들어서는 대학들의 면면이 가려졌다. 세종시 입주 대학은 원안에서도 입주 방침을 밝힌 고려대와 KAIST가 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은 7일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서남표 KAIST 총장에게 세종시 입주를 계속 추진할 것이란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에는 군산대가 새만금에 4만여㎡의 부지를 확보했다. 앞서 부지를 확보한 전북대와 함께 새만금 입주 대학이 됐다.
■ 세종시 파급효과… 경기도 러브콜 = 세종시 입주 대학은 결국 ‘원안’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와 KAIST가 주인공이다. 세제 혜택, 부지 저가공급 등 인센티브가 담긴 수정안이 부결됐지만 원안에서부터 MOU를 체결해 입주를 추진한 만큼 번복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 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야권의 ‘우수대학 유치’ 명분도 강하게 반영됐다.
이들 대학의 입주 확정 없이는 원안 추진이 반대 목소리에 직면할 수 있어 정치권에서 적극 유치에 나선 형국. 다만 입주 캠퍼스의 세부 내용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원안을 전제로 한 MOU가 행정기관 이전에 대비한 성격이 짙었던 반면, 수정안에 기반한 MOU는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에 집중해 성격 자체가 다르다. KAIST 역시 생명과학기술대학 확장·이전, 첨단연구병원 건립 등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반면 경기도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수정안의 핵심요소로 충청권을 대상으로 했던 과학벨트 사업지가 바뀔 가능성이 거론되자 경기도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6일 “(과학벨트 사업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세종시 입주를 전면 철회한 서울대에 대한 러브콜도 예상된다. 이는 과학벨트 사업 유치 시도와 맞물려 있다. 서울대의 경우 과학벨트와 연계해 연구기관 이전·신설을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세종시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아 본격적 접촉은 없다”면서도 “세종시 입주를 검토하던 대학과 과학벨트, 기업 등을 유치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새만금은 지역국립대에 역할 주문 = 새만금은 세종시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정치적 쟁점화와 더불어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 주요 대학 유치에 열을 올렸던 세종시와 달리 새만금은 지역 국립대에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새만금 지역 비축 토지를 무상으로 ‘관리 전환’해 진출 대학의 부담을 줄여줬다.
새만금 방조제 개통 후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만큼 새만금에 제2캠퍼스를 설립, 산학협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캠퍼스로 발전하려는 대학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새만금 입주를 확정지은 전북대와 군산대는 신재생에너지와 융·복합기술 등에 바탕한 산학협력 융합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국가적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따라서 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대학간 경쟁이 치열했다. 5일 새만금 지역인 군산시 오식도동 부지 3만 9910㎡를 관리 전환 받은 군산대는 절치부심한 케이스다. 새만금과 가장 가까운 대학이란 이점을 내세워 ‘새만금 중심대학’, ‘새만금 선진대학’ 등의 슬로건을 앞장세웠지만 전북대가 먼저 새만금 부지를 관리 전환 받았기 때문이다. 군산대 관계자는 “그간 전북대에 안방까지 내줬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었다”고 귀띔했다.
기존 지자체의 대학 유치전에 비하면 ‘입주 대학간 경쟁’이란 온도 차가 뚜렷이 감지된다. 여기에는 부지를 무상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이 컸다. 지역 대학들을 제쳐두고 연세대 입주를 결정해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이슈였던 세종시, 국제화에 방점을 찍었던 송도와 달리 전북 지역과 국가 차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새만금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