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이사장은 이사회 결정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긴 하나, 5개월간 끌고 왔던 학내분규가 곧 종지부를 찍고 하반기부터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라대 사태는 지난 1월 17일 이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취임 전 이사회에서 자질부족의 이유로 총장 승인을 거부했지만 남편인 정 이사장이 독단으로 취임을 강행해 학내구성원들의 반발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은 일단 이 총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 총장은 갈등의 골을 메우기보다는 점점 더 깊게 만들어만 갔다.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 문원기 회장에 의하면 이 총장은 이미 계획됐던 어학우수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부임 후 전면 철회했고 두 달 간 이유 없이 인사이동을 40번 가까이 실시해, 학교 행정을 혼란스럽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재단전입금으로 충당키로 한 교양관 공사대금 5억원을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교비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장에 대한 불신은 이 같은 사실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은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총학생회장 오영석군(기계공∙4)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건 법적인 비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학생들과 약속했던 합의서를 지키지 않는 등 교육자로서 자질과 인간적인 신뢰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는 진정한 교육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총장퇴진운동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달 17일 이 총장이 대학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후부터이다. 문 회장에 의하면 대학노조는 협약체결 이전까지 교수, 학생들과 뜻을 같이 했지만 단체협약 이면계약을 통해 노조가 인사권∙징계권 등을 갖는 것은 물론, 파업기간 중 받지 못했던 임금도 받기로 하자 총장지위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슬그머니 발을 빼버렸다.
이에 총학생회, 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로 구성된 학생총회와 교수협은 지난 달 2일 출범한 학교정상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총장퇴진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 자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 광희 총장에게 한라대를 맡길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 지는 학생총회와 교수협에서 각각 실시한 투표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학생총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재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투표에서 1천4백96명 중 1천4백40명(96%)이 퇴진을 찬성했으며, 교수 70명 중 42명이 총장 퇴진에 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대대적인 총장반대여론을 등에 입고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수업거부는 물론, 학교 행정실을 모두 점거해 총장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고 교수협 역시 이사회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총 공세를 펼쳐, 결국엔 총장∙이사장 해임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게 됐다.
이 대학 김은경양(사회복지∙2)은 “우리 힘으로 학교를 지켜내 무척 기쁘다”며 “하루빨리 학교가 완전 정상화돼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고 말해, 캠퍼스의 꿈을 펼치고 싶은 소박한 학생의 심정을 대변했다.